[여성의창]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2020-02-04 (화)
권초향(주부)
2010년 무렵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이다. 물건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게 가짐으로써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살게 된 지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할 때 절대 더이상의 짐을 늘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그 당시에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조차 쓰이지 않았었고 나에게 그런 거창한 의식이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언젠가는 쓰일 수도 있을 거라는 아쉬움에 당장 쓰지 않을 물건들을 쌓아 놓지 말고, 그때그때 버리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리라는 나름 굳은 다짐이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니 이사를 해서 새로운 공간을 꾸밀 때마다 늘 미니멀 라이프를 꿈꿨었다. 그럼에도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 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점차 물건들이 쌓이게 된다. 물론 변명이다. 계속 변명을 하자치면 때마다 모두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고지고 사는 것들이 늘어난다. 어디서 생겼는지도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튀어나와 비죽이 고개를 내밀어 당황스럽게 만든다.
새해가 되면 괜한 조바심이 생긴다. 오래 묵은 것들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에 조바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 조바심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까 궁리한 끝에 비록 지금 이사하는 건 아니지만, 이사한다는 맘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 어디 물건뿐일까. 케케묵은 것들이 어디 눈에 보이는 것들만일까. 집 한 공간을 채웠던 물건에도, 오다가다 만나 맺은 사람에도, 미처 정리하지 못해 켜켜이 쌓아뒀던 마음에도,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이게 없으면 곤란할까?’ ‘이게 없으면 살 수 없을까?’ ‘이 감정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해가며, 결코 곤란하지도 못 살 것 같지도 않은 것은 분명 필요없는 것이라 답해가며 하나 둘씩 정리해 나가려 한다. 정리 뒤에 아쉬움과 미련이 남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정리된 듯하다. 물론 집에도 맘에도 다시 쌓여 갈 것이다. 공간이 생겨 좋았던 그 자리에 또 켜켜이 쌓아 놓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이 공간의 여유를 즐기며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가며 또다시 미니멀 라이프를 꿈꿔본다.
<권초향(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