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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1)

2020-01-29 (수)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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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윤 한방칼럼

잠들려 해도 뜻대로 잠들지 못하는 것, 그래서 밤을 꼬박 새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실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불면증은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평생에 한 번은 경험하고 열 명 중 한 명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도 있을 만큼 주변에서 쉽게 보이는 병이지만, 흔하다는 이유만으로 예사롭게 넘길 수 있는 병은 아니다.

어느 정도 잠을 설치면 불면증일까?
일반적으로 매일 밤 잠에 드는데 30분 이상 시간이 걸린다거나, 하룻밤에도 자다 깨다 하는 일을 다섯 번 이상 반복한다면, 혹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적이 일주일에 2~3회 이상일 경우, 그래서 깊은 수면에 이르지 못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를 병적인 불면증, 즉 치료가 필요한 불면증으로 본다. 다만, 잠은 한번 자면 깊이 잘 수 있지만 처음에 잠드는데 조금 고생을 하는 편이라면, 혹은 아침에 너무 일찍 깨어나 조금 더 잤으면 하는 정도의 문제는 단순히 수면과 각성의 리듬에 문제가 생겨 일어나는 증상이므로 굳이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잠만 못 자는 병은 없다
불면증은 하나의 독립된 질병이 아니라 머리가 아프다거나 열이 나는 것처럼 어떤 병의 증상일 뿐이다. 따라서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을 단순히 ‘잠만 안 오는 병’이라고 잘못 생각해 버리면, 단순하게 반복되는 수면제 치료에만 매달리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치료시기를 놓친 불면증은 점점 학습되어 더욱 악화된다
그래서 이렇게 반복되는 불면증이 몇 주 이상 이어질 경우엔 습관성이 될 위험이 높다. 심지어 불면증이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이어지는 경우까지 가게 될 경우에는, 만성 불면증이라 하며 정식으로 질병으로 인정하고 제대로 된 의학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불면증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던 긴 시간 만성화된 불면증은 학습된 불면증이 되어 버리는데. 즉 일시적인 불면 증상을 경험한 후 오늘도 또 잠이 안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 불면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잠을 자야겠다는 심리적 노력이 강박관념이 되어 오히려 자율신경을 더욱 항진시키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불면증의 원인들과 치료법
한의학에서 보는 불면증의 원인은 몇 가지로 나뉜다. 어떤 생각을 너무 과하게 해서 비장(脾臟)과 심장을 상해 혈을 소모시키는 경우를 사려과다(思慮過多)로 인한 불면증이라 하고 이 경우 약해진 비장과 심장을 보호하는 처방을 사용한다.
장기간 영양부족이 지속되거나 오랜 병, 지나친 성교로 신장(腎臟)의 기능을 상해 심화(心火)를 자극하므로 정신이 안정되지 않아 불면증이 유발되는 경우를 음허화동(陰虛火動)으로 인한 불면으로 진단한다. 이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으며 어지럽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입이 마른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는 청심연자음이나 가미소요산을 처방한다.

또, 몹시 겁이 많거나 크게 놀란 후에 발생하는 불면증도 있다. 이 때는 가슴이 뛰고 잘 놀라며 무서움을 타고 불안 초조감이 나타난다. 이 경우 자는 동안 꿈이 많고 쉽게 깨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심담허겁(心膽虛怯)으로 오는 불면으로 진단하고 가미온담탕을 가미해 처방한다. 불면증의 한방치료는 기본처방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과 환자의 체질에 따라 가감해 사용해야 하므로 자세한 진단과 치료는 의사를 찾아 상담한 뒤 자신에게 알맞은 처방을 복용해야 한다.

잠이 안 들 때 평소 집에서 쉽게 해 볼 수 있는 가정요법으로는 녹두와 죽순, 산조인(볶은 것) 등을 첨가해 닭죽을 끓여 먹거나 사과즙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예민해진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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