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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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도 변한다는 10년

2020-01-27 (월) 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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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 만에 설날(음력설)이 낀 기간에 휴가로 한국에 왔다. 지난 5년간 매년 많게는 6번씩 한국에 출장을 왔지만 항상 업무 차 방문이다 보니 친구는 물론 가족들도 제대로 못 만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정말 간만에 여유를 가지고 부모님이 살고 계신 원주,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강릉 그리고 명절 기간에 서울과 고양 시 일산 일대를 둘러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눈에 띄게 바뀐 모습들도 많지만,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변화들도 엿볼 수 있었다.

부모님은 2008년경 원주로 이사를 하셨다. 그때만 해도 당시 정권이 지역균형개발의 일환으로 세종행정복합도시(세종시)와 지방의 여러 곳에 혁신도시라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이 강릉에서 원주로 이사했던 집 근처에 크게 혁신도시 건설 부지를 알리는 건축펜스가 둘러 싸여 있던 게 떠올랐다.


이제는 혁신도시에 이전하려던 공공기관들이 다 입주하고, 혁신도시가 대부분 개발되어 원주 시민들의 삶의 일부로 융합된 모습이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맞아 KTX도 뚫리면서 원주와 강릉을 서울역에서 최대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면 최소 3시간 반은 걸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 시절이 잘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강릉에는 새로 생긴 강릉역과 올림픽 스케이트장, 안목의 커피 해변가, 경포호수 일대 등 물리적인 변화도 눈에 들어왔지만,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들 중 상당수가 강릉을 떠나 다른 도시에 정착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를 통해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던 10년 전 우리가 이렇게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지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상당수의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있는데, 재밌는 건 모두 살기에 바빠서 그런지 이런 신상변화는 각자의 어머니들을 통해 전해 듣는다는 점이다.

설 연휴를 맞아 서울과 일산 일대에 살고 있는 친척들을 만나보니 세대 간 삶의 차이도 느껴졌다. 부모세대, 조부모 세대는 예전에 살던 곳에서 이전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데 나를 포함한 자녀 세대는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진로를 쫓아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이제는 사촌들이 다 같이 모이는 게 가능할까 싶다.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만 서울이 아닌 미국 혹은 강원도에 살면서 명절마다 서울에 사는 친척들을 만나고 일산 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길에 항상 지나는 곳이 있었다. 강변북로 오른편에 자리 잡은, 지금은 공원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이름도 바뀐 난지도가 그곳이다.

업무로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안내해 1년에 최소 한번은 방문하는 옛 난지도인 하늘공원, 노을공원을 둘러보면 기억나는 냄새가 있다. 비위생 매립지로 70년대부터 운영되다 90년대 초 문을 닫았던 난지도매립지 일대에서 20년 전(월드컵 이전)만해도 났던 코끝을 자극하는 악취다. 지금은 서울시민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공원이자, 외국 공무원들이 환경복구의 사례로 찾는 곳이라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성장을 하는 시기에는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안정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뒤 2030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한국 그리고 내가 바뀔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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