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독자투고] 시니어의 간소한 삶

2020-01-24 (금) 방무심/프리몬트
크게 작게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며 새해를 맞이한 지도 3주가 지나간다. 오늘따라 비, 바람이 동반한 우박 소리에 창밖을 보니 아스팔트에서 튀어 오르는 듯한 모습이 장관이다. 지붕 위에서 휘몰아치는 빗소리는 집 주위도 살펴 가며 생활하라는 신호인듯싶어 낡은 담장 주변을 돌아보고 들어왔다. 갓 내린 원두커피의 향을 맡으려 옷깃을 추슬러 집을 나서니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찡해진다. 들어선 카페에는 한가한 시간이라 편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한국에서는 꿈에도 생각지 못할 ‘리필’을 해 가며 갓 뽑은 뜨거운 커피의 맛과 향에 취한다. 이 순간은 한가한 생활에 덤으로 오는 노년의 즐거움이다.

미국에서는 ‘시니어(Senior)’로 분류되는 나이가 다양해서, 특별할인이 잘 되어있다. 기업에 따라서 60세 전후의 나이가 되면 많은 절약을 할 수 있다. 요즈음에는 옷 가게나 상점에서도 요일에 따라 할인을 해 주고 있다.

오후가 되자 더욱 거세지는 비바람은 혹시나 집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이 걱정되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나 자신이 중요 하다는 것 외에는 걱정할 것은 없다. 2호실에 거주하는 배우자나 사랑하는 자식도 나의 건강을 대신해 줄 수 는 없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친구들도 건강이 최대의 관심사인 것은 내게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동안 열심히 사용해온 몸뚱이가 불편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숱한 세상 사람 중에 선택받은 옆지기와의 인연을 소중히 하며 같이 걸을 수 있고 듣고 말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대부분 사람은 건강이란 타고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어떤 생활 환경과 습관을 지니고 살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때로는 백 세를 넘기며 건강히 지내는 분도 있지만, 그분의 수명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살려가며 ‘남은 생애’ 가꾸어 가기를 소원한다. 큰바람이 있다면 불편함과 아픔이 찾아온다고 해도 친구로 받아들여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갖는 여생이 되기를 소원한다.

<방무심/프리몬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