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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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토는 존재하는가?

2020-01-13 (월)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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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근래에 나의 페이스북과 유투브를 열면 쏟아져 들어오는 화제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랄까, 경제 전쟁이라고 할까 하는 내용들이다. 처음에는 내용들의 대부분의 결과는 미국이 이긴다, 중국은 망한다는 논조이었는데, 어느 사이에 더 진전이 되어서 중국이 몇 개의 나라로 쪼개질 것이고 이때에 만주 즉 요동성, 길림성, 흑룡강성의 동북아는 고구려 고토(故土)이기에 한국에 흡수될 것이다, 이라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나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그저 그런 사람들이 이러한 논리를 전개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며 받아들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역사 공부를 한 사람, 전문성을 지닌 정치 평론을 하는 사람까지 이런 이야기에 동조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우리 역사가들이 너무나 역사를 역사가 아니라 애국으로 보면서 교육을 잘못시킨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이 있다.
고구려는 졸본에서 세워졌지만 곧 압록강 북쪽 강변에 있는 집안(集安)으로 수도를 옮기었고 이어서 평양으로 이전하였다. 고구려 700년 역사에 마지막 280년간 즉 후반의 40%는 평양이 수도이자 중심지였다. 그리고 고구려 역사는 물론 수나라, 당나라의 침공을 받았지만 문화, 풍습, 언어, 물자 교류 등의 중심과 무게는 신라, 백제와 함께 하는 3국 시대라는 무대이었다.

그리고 고구려 멸망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1,200년이 넘는 동안 만주 땅과 중국 국토의 북부 즉 베이징 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만주에서 일어난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 몽고에서 일어난 원나라, 중국 땅에서 일어난 명나라, 다시 만주에서 일어난 청나라가 그리고 지금 다시 중국에서 일어난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어란 언어와 한자라는 글자를 공용으로 쓰며 하나의 묶음으로 국가들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고로 한국은 고구려 문화와 역사의 계승자의 자격은 있지만 고구려 고토라는 개념은 오늘날에 와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고구려 고토 운운하며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세계인들은 우리를 정상인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단 1%의 실현성도 없지만 그래도 한국이 만주를 흡수 통일하게 된다고 흥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실소가 지어진다. 바둑으로 치자면 단 한수 앞도 못 보는 사람 같아서 말이다.


한번 한치 앞만이라도 생각해 보자. 한국이 만주를 흡수를 한다는 말은 한국의 법이 존재하고 지켜진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우선 국회의원을 뽑아 국회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인구 약 20만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1 명씩 선출한다는 말이 될 것이니 남한은 250명, 북한은 100명, 그리고 1억300만 인구의 만주에서는 650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된다는 말이다. 아마도 국회를 열자마자 수도를 만주 땅에 있는 심양으로 옮기자고 할 것이고, 공용어는 중국어로 하자고 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답은 뻔하다. 만주 출신이겠지.

나는 지금 만주 땅 흡수이야기를 하지만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그냥 마구 떠들어대는 그래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 모두 좀 생각을 하자고 해야겠다. 생각을 해 보자. 만일 대마도는 우리 땅이다 하면서 우겨대다가 이 사실이 세계인에게 알려지면 어찌될까?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엉터리다 하면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 주장하는데 대마도를 한국 땅이라 우기는 것을 보니 진짜 독도가 한국 땅인가 다시 생각해 보자 할지도 모른다. 부메랑이 되어 골란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통일은 대박이라지만 어쩌면 잘못 하다간 쪽박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도 해 본다.
새해를 여는 정초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그저 마구잡이로 내뱉는 말 한 마디가 사회를 어지럽게 그리고 현혹되게 할 수도 있다. 2020 금년에는 생각 없이 마구 떠들어 대는 말들 좀 삼가며 살자고 권하고 싶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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