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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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풍경

2019-12-31 (화) 김민정,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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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월의 끝자락이다.
시간은 소리도 없이 달려가고 세상은 이곳 저곳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 한 해이기도 하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지 엊그제 같은데 더 이상 갈 곳 없는 세밑 풍경은 마음을 스산하게도 한다.
굳은 결심은 어디로 갔는지 슬그머니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져 간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어 자기 수양을 쌓아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겨울이 시작되는 첫눈이 내리고 난 후 날씨는 꽁꽁 얼었다.
땅도 차가워 걸음을 걷노라면 발 밑이 무거워짐을 느끼며 이맘때 콩나물 시루 같이 아이들이 교실에 많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겨울 김장을 하고 난 후 김치를 도시락에 싸오면 교실 안은 그야말로 가방 안에서 쏟아져 나온 냄새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난로에다 도시락을 올려 놓으면 제일 밑에 있는 도시락 밥은 까맣게 탔었던 옛날 이야기다.
밥과 김치만 먹어도 그리 불평하지 않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풍요 속의 정신이 빈곤해진 탓이다. 김장이 끝나고 나면 겨울 날 준비에 여자들의 마음은 풍요로워진다. 한국 김치 만큼 좋은 음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른 민족들도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좋아한다. 김치 공장을 차려서 사업으로 하는 곳도 있다. 겨울 나기에 딱 좋은 김치는 김칫국, 김치찌개, 김치 볶음밥 등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김치전도 별미로 먹는다. 김치만 있으면 추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현대는 물질이 풍족해 먹을 것이 도처에 있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세밑의 풍경은 분주하지만, 또한 따스함의 원천이기도 하다.
인사 못했던 지인에게 인사하기, 어려운 이웃 돌아보기, 각종 모임 등으로 바쁜 날이 되기도 한다.
들뜬 마음이 되다 보면 술 한잔 먹고 운전을 하게 된다. 한 순간의 실수가 씻을 수 없는 큰일이 될 수 있다. 음주 운전으로 생명을 잃는 일이 더 많이 발생 하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사랑이 풍성한 12월에 산타클로스처럼 나눔과 베풂, 고마운 사람에게 따스함을 전해 주는 아름다운 세밑이다.
마음 속에 회한이 남는 것은 언제나 인생은 미완성이기 때문이며 지나온 날들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이 가기 전에 못다한 일들 이루어지는 소망을 꿈꾸어본다.

<김민정,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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