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인터뷰] ‘불굴의 도전’… 80세 올드타이머 정치인의 귀환

2024-11-27 (수) 노세희 기자
크게 작게

▶ 가주 상원의원 당선 최석호 후보

▶ 2년전 주하원 4선 실패 후 절치부심 재도전
▶ 고령에도 뚝심·발로 뛰는 선거운동으로 승리
▶ “주 상원서 한인 정치력 신장 최선 다할 것”

[인터뷰] ‘불굴의 도전’… 80세 올드타이머 정치인의 귀환

최석호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당선자.

14승2패. 지난 5일 치러진 캘리포니아 주상원 37지구 선거에서 경쟁 후보인 현역 민주당 의원인 조시 뉴먼을 25일 현재 6,147표차로 꺾고 승리를 확정지은 최석호(80) 당선자의 역대 선거 전적이다. 최 당선자는 어바인 교육위원 2선, 어바인 시의원 2선, 어바인 시장 2선, 주하원 의원 3선을 역임한 관록의 정치인이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새 회기에서 유일한 한인 의원으로 활약하게 될 최석호 당선자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정치 역정 스토리와 새로운 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정치 경력만 놓고 보면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 같지만 그의 정치 여정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미 국무부가 파견하는 평화봉사단의 한국어 강사로 뽑혀 1968년 미국에 이민왔다. 늦깍이 학생으로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USC와 UC어바인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3년 학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정치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50세를 훌쩍 넘은 뒤였다.

교육계 경험을 살려 1998년부터 6년간 어바인 교육위원을 지냈다. 조금 더 큰 정치를 하고 싶어 환갑을 맞은 2004년 어바인 시의원 선거에 도전했고, 8년간 시의회에서 활약했다. 그가 어바인의 유력 정치인으로 활약하던 당시 좋은 학군을 찾아 한인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지만 선거 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넉넉치 않은 선거자금이었다. “자금면에서 항상 상대 후보에 밀렸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하루 3~4시간씩 팜플렛을 들고 상가와 길거리, 주택단지를 누비며 발로 뛰는 선거전을 치러야 했다”고 최 당선자는 회고했다.


어렵게 어렵게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무패 신화’를 어어가던 최석호는 캘리포니아주 정치 무대에 뛰어들기 위해 지난 2010년 주하원 선거 도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예선에서 같은 공화당 후보인 도날드 와그너에게 아쉽게 패했다. 그의 정치 경력에 있어서 뼈아픈 첫 낙선이었다.

다행히 시의원직을 유치한채 다시 어바인으로 발길을 돌린 최석호는 2012년 시장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거물급 지역 정치인이었던 래리 애그런을 제치고 당선돼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내친 김에 2014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미처 이루지 못한 주하원 입성이 아쉬웠을까. 70세를 넘긴 최석호는 2016년 주하원 68지구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다. 예선에서 2위를 했지만 결선에서 싱대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물리치고 드디어 주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주 하원의원으로 재임하는 동안 미주 한인의 날을 비롯해 김치의 날, 도산 안창호의 날 등 한인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해외 입양절차를 간소화하고 입양아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자동 부여하는 내용의 입양인 보호법을 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했죠.”

3선 가도를 질주하던 최석호는 그러나 2022년 선거구 재조정 후 치러진 73지구 주하원 선거 본선에서 당시 현역이었던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두 번째 패배를 기록하게 된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70대 후반 고령에 접어든 그가 이제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치인 최석호는 80세에 또 한번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한인 데이브 민 주 상원의원의 연방하원 도전으로 공석이 된 37지구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경쟁자 조시 뉴먼은 최 후보에 비해서 훨씬 많은 선거 자금을 모금했고, 자원봉사자 수도 월등히 많았다. 예선에서 최 후보는 뉴먼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선 기간 동안 최석호 후보는 뚝심있게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캠페인을 하다가 수퍼마켓 시큐리티 가드에게 쫓겨 나는 수모도 당했다. 부족한 선거운동원은 한인 대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로 메웠다.

결국 최석호 후보는 그의 정치 인생에 또 다른 드라마를 썼다. 내년 새 회기부터 최 당선자은 캘리포니아 주의회 내 유일한 한인 의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최 당선자은 또 “패배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계란으로 바위를 쳤던’ 수많은 한인 정치인들의 도전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만큼의 한인 정치력 신장이 가능했다”며 “80세에 주상원 꿈을 이룬 내가 90세에 또 어떤 도전을 펼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고 활짝 웃었다.

<노세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