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당신은 얼만큼 표현하고 계신가요
2019-12-10 (화)
김희연(SF 공립중학교 교사)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보편화될수록 사람들은 표현에 인색해져 간다. 점점 철학적인 고찰은 몰래 일기장에 적어야 할 부끄러운 ‘흑역사’로 치부되고, 감성적인 글은 손과 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하고 촌스러운 감정 표현이 된다. 사람이 감성적인 경우엔 딱딱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이상주의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점차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나 느낌의 폭은 좁아지고,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표현의 장 역시 점점 적어진다. 이미 사람 사이의 관계가 지극히 공적인 관계가 되기 일쑤인 요즘 세상에, 이것말고도 서로 눈치보고 자신을 숨겨야 할 이유가 많은 요즘 세상에, 내 감정 표현까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며 해야 한다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나는 사진과 마찬가지로 순간순간의 내 모습과 생각을 잘 담아내는 방법이 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개인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 들어 개인 SNS를 통해 그런 글을 널리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반갑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감성 글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그 방식이 자신의 감정 해소에도, 또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소통에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달아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런 글귀를 보고 공감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 또한 많을 수 있지만, 감성적인 표현 방법을 인정하고 자주 접하다 보면 그 감성에 익숙해져 그들 역시도 오그라드는 감정 표현에 능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을 나타내고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행위를 통해 표현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표현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의 표현 방식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보단 서로 인정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방법이야 어찌 되든, 사람들이 조금만 더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며, 표현하는 것을 익숙해 하는 삶을 살게 되면 참 좋겠다 하는 희망을 품은 채,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확실히 나타내주는 감성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조금은 오글거리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손글씨를 눌러쓴 편지에 정성과 진심을 가득 담아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이 어떨까?
<김희연(SF 공립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