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불가항력의 운전 경험
2019-11-30 (토)
방무심/프리몬트
여유가 없는 위급한 순간을 맞이하는 경우는 살아가면서 종종 찾아온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서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경우인 심히 위독한 상황이 아니고는 대처할 만한 여유를 갖고 살아간다.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젊게 치장한다 해도 세월에 적응해가는 신체는 어쩔 수가 없어서 일 년에 두 번은 병원 출입을 하게 된다. 오래전에 검사하라는 통지를 받고도 하루 이틀 미루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7개 대롱의 피를 뽑고서 착찹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출근 시간은 지났기에 이른 오전보다는 한가한 4차선 중앙도로를 대략 40마일로 달리고 있었다. 여러 신호등을 거쳐 왔지만, 적색 신호등에 두 번 정도를 빼고는 오늘따라 녹색 등의 안내로 계속 지나왔다. 다음 사거리도 녹색 신호등 따라 같은 속력으로 지나려는 때, 사거리에서 갑자기 젊은 남자가 건너는 것을 보고 ‘brake’를 급하게 잡았고 천만다행으로 교차로 중앙에서 녀석 무릎 앞에 겨우 멈출 수가 있었다. 나는 혼비백산이 되어 클랙슨을 누를 여유와 흔히 내뱉는 욕설도 하지 못했다. 힐긋 쳐다보며 씨익 웃으며 건너가는 그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잠시 기가 차고 넋이 나간 듯했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교차로를 횡단하며 운전자를 쳐다보며 태연히 웃으며 건너가는 녀석의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 각인되어 생각하면 분함이 치밀어 오른다. 이로 인해 상대방이 사망으로 이어졌다면, 예측할 수 없으며, 회피도 불가능한 경우여서 법적 책임이 없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찔한 경험이 두 번 다시 오지 않기를 소원한다. 주위에 많은 분이 신용, 규칙, 배려를 포용하며 살아가는 생활에 기분이 좋은데 오늘은 큰 변을 당하게 되어 어안이 벙벙해진다.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규칙과 질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며 앞으로는 신호등 믿지 말고 교차로에 진입한 사람을 더욱 살펴 가며 운전을 해야겠다. 말쑥이 차려입고 건강해 보이는 젊은이의 그런 행동이 언제나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가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제 연말이 다가온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고, 영어에도 비슷한 속담인 “천천히 서둘러라”(Make haste slowly)는 말이 있다. 모쪼록 다가오는 연말에 더욱 경각심을 갖고 운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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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무심/프리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