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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아들과 하와이 여행하기

2019-11-28 (목) 엄영미(SF갓스이미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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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빚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와이 여행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번 하와이 방문이 네번째이다. 그중 두번은 딸과 함께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25살인 나의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와이에 온 것이다.

나는 첫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몰랐다. 당연히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무리 아파도 학교는 가야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한 기억이 장남에게도 적용을 했던 것 같다. 아들이 8살이었을 때 하와이에 갈 일이 생겼다. 방학이 아닌 학기중이라 나는 당연히 아들을 제외시켰다. 학교 빠지면 안되냐는 질문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일축해 버리며 당시 4살이던 딸 아이만 데리고 하와이를 다녀온 것이다.

어느 날 대학생이 된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자신이 8살때 하와이에 동생만 데리고 가고 자신은 학교 빠지면 안된다면서 데리고 가지 않아 하와이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가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엄마 말씀 잘 듣는 아들이니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나는 어려서부터 학교를 빠지면 무슨 크게 죄라도 짓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그렇게 했던 것이다.


이제 LA에서 대학을 마치고 실리콘밸리로 돌아온 아들은 엔지니어로서 두번째 직장을 옮기면서 그 틈을 타서 한달간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모든 여행은 혼자 가지만 하와이 여행은 엄마와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들에게 지은 죄도 있고 해서 얼른 대답을 했다. 속으로는 이번 하와이 여행에서 아들의 한을 풀어주리라 생각하면서.

아들은 스노클링, 헬리콥터 관광, 서핑, 하이킹 등 이미 계획을 짜놓았다. 사실 나는 뱃멀미, 비행기 멀미가 있어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 아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미안함으로 최대한 함께하기로 했다. 그런데 역시 기대했던 대로 나는 멀미로 엄청난 고생을 하고야 말았다. 아들에게 잘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짐이 된 듯해서 미안했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4박 5일간 하와이 여행이 아들의 트라우마를 씻어줄 것을 기대하면서 나는 비행기에 오르며 아들에게 물었다. “이제 하와이 트라우마가 없어졌니?” 아들의 대답, ‘아니, 몇번 더 와야 없어질 것 같애.’ 그래서 나는 내년에 하와이를 또 찾아와야 할 것 같다.

<엄영미(SF갓스이미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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