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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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며

2019-11-26 (화)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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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엿보이는 살짝 굳어진 얼굴. 어색하지만 강한 악수. 서로를 마주보며 자리에 앉아 이름과 담당 과목을 소개하고 나면, 짧은 학부모 상담이 시작된다.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의미로 다가오는 일주일의 방학 직전, 공립학교의 학부모 상담 기간이 찾아왔다. 언제나 학생으로서 부모님과 함께 참석하던 상담 자리에 선생님으로서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상담을 위해 저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오거나 위의 형제들과 오순도순 교실로 들어오는 학생들이 보기 좋다. 반에서 보이는 모습과 똑같이 짓궂은 웃음을 띠고 있는 학생도 있고,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른 자세에 경직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학생도 있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무슨 소리를 할지 입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학업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똑 부러지고 좋은 성과를 내는 학생들을 칭찬할 때 밝은 표정으로 아이를 격려하고 고마워하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참 좋다. 언제나 좋은 말만 해주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다. 아, 저 학생은 오늘 칭찬도 잔뜩 받고 맛있는 저녁도 먹겠구나, 하며 흐뭇해진다. 반면에, 간절히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면학 분위기를 헤치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힘든 학생의 경우, 말을 들으며 실망이 스치는 부모님의 눈이나 내려가는 입꼬리를 보며 마음이 정말 좋지 않다.


상담 일정을 조율해 놓고서 나타나지 않는 가족도 있다. 시간을 다시 잡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학교와 선생님의 입장에선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최대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가족을 선택하는데, 그 방법마저 성공적이지 못하니 정말 안타깝다.

상담을 함께 진행하는 동료 선생님 중 대부분이 기혼자이고 아이들의 학부모이다. 상담 사이에 “우리 애들 학부모 상담도 가야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한탄하시곤 한다. 동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그 가정환경을 보며, 아직은 먼 미래의 내가 누군가의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인 건, 현재의 내가 어떤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다. 외로움이 없는, 행복이 있는 반을 이끌 수 있는 날까지.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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