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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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연말 일기

2019-11-19 (화)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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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내 몸의 온기로 데워져 따뜻한 이불 속과 빼꼼히 빠져나가 있는 발끝에 와 닿는 차가운 공기의 차이가 나를 포근한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게 한다. 출근길에 들이마시는 아침 바람은 온몸을 서늘하게 만들고, 내쉬는 숨은 더운 입김이 되어 눈앞을 덮는다. 두꺼워진 옷차림으로 서둘러 난방이 되는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 종종 빠른 걸음을 걸어 안개 낀 스산한 거리를 걷는다. 퇴근길엔 오후 5시면 이미 해가 기운다. 어둑해지는 길을 후다닥 지나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히터부터 켜고, 따뜻한 공기에 몸을 녹이려 한참을 망부석처럼 서 있다. 왔다갔다 변덕스럽게 기후 변화를 반복하더니 결국 샌프란시스코에도 겨울이 찾아오나 보다.

올해는 워낙 걱정스럽고 거부감이 드는 한 해의 시작을 맞았다. 대학원의 막(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과연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지, 교사 자격증은 잘 딸 수 있을지, 다가올 6개월의 숨가쁜 시간이 두려웠다. 학교생활과 더불어 준비해야 할 취업 활동에 대한 부담 역시 올해의 시작을 더욱 막막하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다가오면 헤쳐나가지 못할 일이 없고, 어느덧 그토록 높아 보이던 산들을 하나둘 넘어서서 벌써 초임 선생님으로서의 첫 학기가 끝나가고 있고, 11월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는 것이 통과의례인 듯하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은 얼마나 이루었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후회가 있었는지. 좋은 일만큼 힘든 일도 많았던 해지만, 어느 해라고 편하기만 했던 해가 있었나 하며 스스로 다독이기에도 알맞은 시기인 것 같다. 올해 내 삶을 이뤄나가는 데에 들인 노력은, 과연 내가 살아가며 또 한번 더 그만큼 노력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었고, 또 그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도 얻게 해주었다. 나는 감히 올해의 내가 내린 모든 선택에 후회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선택이었든 다 나를 성장시켰고, 그 성장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있다. 쉽게 지치고 해이해질 수 있는 연말이지만, 내가 올해 안의 바라는 성취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재정비를 할 때이기도 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는 내가 되기를, 마지막까지 노력하고 인내하고 긍정적인 내가 되기를!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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