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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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어지럼증

2019-11-14 (목) 엄영미(SF갓스이미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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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난 어지름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어지름증으로 인해 나의 계획이 무산될 때가 종종 있었다. 몇 년 전 시어른을 포함한 온 가족이 처음으로 3박 4일간의 가족 여행을 계획했었다. 이미 모든 것이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신나고 즐거운 여행길 아침, 난 불현듯 찾아온 어지름증 손님 덕분에 방을 기어다니며 헤매다가 누워도 보고 앉아도 보고 억지로 벽을 잡고 서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해결 방법도 찾지 못하고 혼자서 그렇게 집에 남아 3박 4일을 보냈다.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 나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어지름증이 사라져 버렸다.

그런 세월이 지난 후 가끔 이렇게 어지러움증이 찾아왔다. 병원을 찾아 받은 진단은 ‘버티고(Vertigo)’라고 했다. 특별히 먹는 약은 없다고 하면서 의사는 나를 침대에 누워 보라고 했다. 의사는 손으로 나의 머리부분을 잡아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돌려 주었다. 그리고 일어나라고 했다. 그랬더니 증상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어지름증이 올 때 이렇게 운동을 스스로 해보라고 하면서 프린트물을 몇 가지 주었다. 나는 그 이후로 이러한 증상이 생길 때마다 프린트물을 보며 그렇게 따라했다. 그 처방은 기가 막히도록 즉시 치료가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 어지름증이 좀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속으로는 살며시 걱정이 된다. 뭐 다른 질병은 아닌가 하고… 요즈음은 계획을 세우더라도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 꼭 누구를 만나야 하고 책을 읽어 내어야 하고 글을 써야 하고 밥을 해야 하더라도 이 어지름증이 찾아오면 이 모든 것을 멈추어야 한다. 본의아니게 약속을 취소해야 하고, 식구들은 외식을 해야 하고…

새삼 주부의 건강이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도 된다. 일주일에 한두번 걷던 일을 멈춘 지가 약 2년은 되는 것 같다. 뭐가 그리 바쁜지 내일 내일 하다보니 이렇게 미루게 되었다. 오늘부터 다시 걸어 봐야지 하면서 밖을 내다보니 바람이 많이 분다. 휴~ 다행이다. 바람이 부네, 심한 바람 때문에 오늘은 걷기가 힘들 것 같네. 내일부터 해야지… 또 내일 타령이다.

<엄영미(SF갓스이미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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