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내가 해외동포?
2019-11-13 (수)
이현희(기모치 소셜워커)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해외에 계시는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이제 내가 해외동포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나를 부르는 명칭이 된 것입니다. 해외동포로서 우리 한국학교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한국의 역사문화를 배웁니다.
추석에는 함께 송편을 만들고, 한글날에는 각자의 한국이름 과자를 만들며 지내고, 추수감사절에는 학생들이 손수 김밥을 만들어 밖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나누도록 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한국어로 연습하여 노래합니다. 설날이 되면 떡국을 먹고 윷놀이를 하고 세배하는 법을, 삼일절에는 태극기를 만들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전세계 방방곡곡에서 일어났던 만세운동의 역사를 배웁니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한옥의 변천, 우수한 과학 유물들을 배우고, 고조선부터 미주 이민역사까지 간략하게나마 공부하며 한국의 후손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어느 해에는 한해동안 독도아리랑을 부르며 독도에 대해 공부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교회의 지역봉사 사역으로서 교장 겸 교사로 한국학교를 섬기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 왔던 30여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한인 2세들이 그들의 자녀들을 한국학교에 데리고 옵니다. 토요일의 운동이나 과외활동, 휴가 등의 바쁜 일정 중에도 힘 닿는 대로 열심히 데리고 오는 것을 보며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의 변화를 실감하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선조들과 전쟁의 폐허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와 근면으로 가난을 벗어나게 해주신 우리 부모님들 덕분에 지금의 한국이 있음을 압니다. 또한 선교사분들을 통해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자신보다 나라를 위해 날마다 눈물로 기도하며 독립을 위해, 일용할 양식을 위해, 후손들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것도 기억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 있는 한인 동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더 안정되고 품격있는 한국을 위해 한 사람의 한국대표로서 서로를 격려하며 반듯하게 최선을 다하기를 바래봅니다. 오늘도 한국을 위해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한 나도 더 진실되게 하루를 잘살게 해달라고 매일 아침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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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희(기모치 소셜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