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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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무책임해도 괜찮다

2019-11-12 (화)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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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의미를 모르겠어요.” “밖에선 행복한 척 웃고 다니지만 혼자가 되면 눈물만 나요.” 클릭 몇 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인터넷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양의 고민 상담 글 중 일부 내용이다. 공감하는 주변 친구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지친 상황에도 힘을 내야 하는지, 이런 심정을 드러내도 되긴 하는 건지조차 모르겠다고.

요즘엔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칭하는 우울증의 증상으로 보인다. 낮아진 자존감과 더불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의지력 상실, 그로 인한 무기력함, 높낮이 없이 단조로운 일상에 대한 회의감과 거부감 등이 우울증을 마주한 사람들이 견디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이 상황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주변 사람으로부터 숨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슨 자신감이었던지 전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우울증은 작년 이맘때쯤 내 곁에서 친구를 앗아갔다. 평소와 다름없던 연락 후 실종 3일 만에 들려온 소식은 그의 사망을 전했고, 안타깝게도 그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었다. 주변 사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의지할 정도로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고 박학다식했던 예비 선생님은 항상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계획과 발랄한 응원을 전파하고 다니는, 언제나 웃음을 입가에 걸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마음 아프게도, 그 친구가 마주하던 본인의 모습은 우리가 보는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모양이었다.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글 속에서 느껴진 그의 모습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낯선 이였기에.

그토록 무기력과 자기혐오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던 사람이 어째서 주변 사람들 앞에선 그토록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였던 걸까. 몇 달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책임감’이었다. 그러니 비슷한 상황을 겪는 누군가가 있다면, 제발 이번만큼은 무책임해지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힘이 든다면 힘을 내지 않아도 되고, 의지가 없다면 모든 걸 멈추고 쉬어도 된다고. 다시 살아갈 힘과 의지를 얻도록 본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 역시 본인에 대한 책임감이라 생각하라고. 본인이 어떤 모습이든 이해하고 사랑해줄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그 사람들 곁에서 조금만 쉬어보라고. 생각을 조금만 나눠보라고.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타인도 있으니 살아달라고, 얘기하고 싶다.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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