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비효과’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 한번이 대기의 영향을 끼쳐 폭풍우를 불러오듯, 내 작은 행동 하나, 선택 하나, 신념 하나가 연쇄 작용을 일으켜 누군가의 인생에 큰 파급을 가진다는 것, 상당히 부담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일이다.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 나비효과의 힘이다. 미래의 당당한 어른이 될 어린 학생들의 가장 시작점부터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는, 교육의 거대한 나비효과.
하지만 교사로서 아이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비효과의 부정적인 파급력 역시 경험하게 된다. 내 무너진 표정 하나에, 까칠한 말투 한번에, 아이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고, 쉽게 아이들을 불안에 떨게 할 수도 있다. 내가 잘못 표현하는 가치관 하나에 나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학생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부딪히고, 접혀 버린다. 도전해보거나, 꺼내어 볼 생각조차 하기 전에.
최근 한 학생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Why did you become a teacher(왜 교사가 됐어요)?” 한창 다양한 도전을 통해 본인의 능력과 취향에 대해 알아가고 미래를 그릴 중학교 1학년의 이 학생은 나를 보며 선생님이란 직업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가볍게 던져진 질문이 내 말문을 막았다. 글쎄, 이 직업을 꿈꿀 무렵의 나는 내가 굉장히 바르고 선한 영향을 주고, 크진 않더라도 소소한 울림은 줄 만한 위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과연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꿈꾸던 교사일까?
잠시 망설이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이 가장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착실히 미래를 바꿀 수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 수업 시간 동안 어떤 학생은 본인이 미래의 선생님이 될 수도 있음을 직감하고, 어떤 학생은 본인이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면 늦더라도 끝내지 못할 일은 없음을 경험하고, 어떤 학생은 본인 기분을 핑계로 누군가에게 그 화풀이를 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그 한번의 경험이 앞으로 그 학생들의 다음 선택을 돕고, 그 선택이 모여 학생들의 미래가 된다. 흔히 교사라는 직업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간과되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손에 미래를 책임질 어린 희망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길이 달려 있다는 것을. 우리의 끄덕임 한번이, 인정 한번이 불러올 큰 나비효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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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SF공립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