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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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쉬어가는 여유

2019-10-25 (금) 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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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밥솥이, 빨래는 세탁기가, 건조는 드라이기가 말려주고, 식기세척기가 설거지해주고, 청소기로 밀거나 그도 아니면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청소해주는데 뭐가 바쁘고 힘드냐는 어느 시어머니의 이야기도 사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 그분들이 손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확실히 지금은 많이 편해진 것이니 불만을 떨지 말라는 말도 맞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바쁠까? 많은 것이 편리해졌는데도 힘은 왜 더 드는 것일까? 체력을 쓰는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몸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삶 자체가 긴장의 연속인 현대사회 생활 때문인가. 지각하지 않기 위해, 교통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 대인과의 생활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 잠들기 전까지 하루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다 보니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나도 늘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게 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면 제대로 활용 못하고 흘려보내기 일쑤고, 그 시간조차 시간에 쫓겨 불안하게 보내는 때도 있으니 말이다.

좋은 스트레스는 나를 성장시키는데 거름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만큼 긴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40대에 접어들면서 인생에 대해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치있는 삶, 의미있는 삶, 또 인생의 마지막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마지막날 나를 돌아볼 때 과연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겸허하게 앞날을 계획한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발전시키리라 믿는다. 따뜻한 가을 햇살, 내 머릿속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생각들을 정리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꿈꿔본다. 이렇게 잠시 쉬어가는 여유가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내모는 피로를 덜어내 줄 것이다.

지난 3개월동안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훗날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희망했다. ‘여성의 창’이라는 칼럼명처럼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전문작가가 아니다 보니 많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매주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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