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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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우리는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2019-10-24 (목)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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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가 지독하게 외로운 사람들이다. 곳곳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에서 재산의 많고 적음,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와는 절대 무관하게 낯선 외로움과 허전함이 공존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느 누구도 그 사람만큼은 그런 기분을 절대 느끼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조차도, 막상 한꺼풀만 들춰보면 너무도 연약하고 고독한 내면을 공통으로 지니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비롯해 혼자여서 외로움으로 힘들다는 익명 게시글들을 온라인에서 자주 보게 된다. 커피 한잔 같이하며 격의없이 사는 얘기를 할 수 있고, 운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쇼핑이든 함께 즐기고, 힘들 때 언제든지 서로 기댈 수 있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휴식같은 친구를 만들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각자 그런 간절한 마음만 품고 있을 뿐, 실제로는 살림과 육아로 바쁜 일상에서 헛헛한 마음에 뭔가 관계를 만들고 다가서려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말로 상처입고 오해의 구정물을 뒤집어쓴다. 돌아서며 내 뜻 같지는 않은 현실을 탓하며 다시 꾸역꾸역 혼자만의 시간들 속으로 고단한 심신을 뉘여본 경험… 우리네 삶에서, 특히 미국생활에서 누구든 부딪치고 경험했을 내용이다. 정작 혹독하게 상처를 준 입장에서는 별다른 기억이 없고 상처를 받은 사람만 그 아픔과 흉터를 또렷이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내상 입은 사람들의 신음소리만 곳곳에 넘쳐난다. 다시는 마음주지 않으리라 하다가도 나이먹도록 혼자인 자신의 모습이 처량맞게 느껴지곤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서로가 뼛속까지 외로운 사람들이다. 손 맞잡고 어우러져 살기에도 우리 인생의 남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외롭고 힘들고 삶이 공허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한걸음씩만 뒤로 물러서서 나든 남이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할 수 있기 위해 평소 공감능력을 키우고 쓸데없는 질투나 자기비하는 꾹 눌러놓는 편이 낫다. 특히 자녀를 매개로 한 만남에서는 상호 배려와 예의가 필수이다.

나이 들어 새롭게 만나고 친해진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살다보면 맘맞는 사람과의 인연이란 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자연스럽게 찾아올 때가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한결 너그러운 마음으로 만남과 교제의 즐거움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석달 간의 보람찬 글쓰기 여정을 갈무리한다.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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