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English for the Soul] Fall / 가을

2019-10-12 (토)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크게 작게
========================

Life starts all over again

when it gets crisp in the fall.


생명은 다시 새로 시작한다네,

가을이 되어 바삭바삭해지면.

========================

바야흐로 가을이 무르익는 중입니다.

벼(禾)에 불(火)이 붙어 “가을 추(秋)”라!

온 산하를 불태울 듯 활활 타오르는 북가주

햇살! 아닌 게 아니라 가을 ‘추’(秋)의


‘화화’(禾火)를 실감하는 시월 중순입니다.

동네 언덕길엔 어느새 오색영롱한 단풍잎들이

잔뜩 구르고 있네요. 붉고 노랗고 누런 바탕에,

찬란한 연보랏빛과 진한 자줏빛깔의 단풍잎들이

알록달록/얼룩덜룩 땅 위에 떨어져 누워 있네요.

차마 밟고 지나기에도 조심스럽고 송구한 느낌.

그 형언키 어려운 수려한 아름다움에, 불현듯

“한님의 손길”[the Hand of God]을 느낍니다.

가을을 ‘Fall’이라 하지요. ‘Autumn’이란 고상한

말이 있는데 굳이 ‘떨어짐’이라 부르는 이유는?

물론. 낙옆이 지며 떨어지는 광경을 연상하면

‘Fall’의 의미는 쉽게 감지됩니다. 잎이 돋아나는

봄 또한 ‘spring of the leaf’ 라서 ‘Spring’이라

부르듯, 잎이 떨어지는 가을 역시 ‘fall of the

leaf’ 라서 당연히 ‘Fall’이 되는 것.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사이에 놓인 계절들은 그저 나뭇잎의

상태로 가늠한다는 인간의 알량한 지혜?

========================

Life starts all over again

when it gets crisp in the fall.

인생은 다시 새로 시작한다네,

가을이 되어 바삭바삭해지면.

========================

지는 단풍 낙엽들 속에서도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생명력을 감지한 시인의 노래. 뜨거운 가을 햇살에

바삭바삭 마른 잎으로 전락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번 새로 시작할 잠재성을 간직한 채 스러진다는

발상. “Anyone who thinks fallen leaves are dead

has never watched them dancing on a windy

day.” 낙엽이 죽었노라 생각하는 이들은 어느 바람

부는 날 춤추는 낙엽들은 본 적이 없는 바라.

바삭바삭 잘 구워진 베이컨처럼 나름 제맛을 내는

계절이 바로 가을. 사람들 사는 인생 또한 가을

기운 완연할 때 다시 한번 새출발하는 삶을

일구어 내는 것도 멋진 발상?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로 유명한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

그렇게 ‘가을예찬’을 선사하고 계십니다. 가을 길

위로 구르는 마른 낙옆들처럼 바삭바삭한[crisp]

기운/기분, 역시 상상력 발군의 작가 펜에서

나오는 명언. 가을 기분에 ‘바삭바삭[crisp]’을

대입한 것도 출중한 상상력이려니와, 잔뜩 말라

바삭바삭해진 단풍잎 속에 여전히 살아 꿈틀대는

생명력을 감지하는 시인의 감성 역시 독자의

쾌재(快哉)를 자아냅니다.

그런데 …… 그 ‘바삭바삭’[crisp]한 가을 기운

속으로 왠지 ‘fall’의 다른 의미가 비집고 듭니다.

‘Fall’은 그저 가을을 뜻하지만 ‘The Fall’이라고

아예 정관사를 붙여 고유명사로 쓰면, 실로

가공(可恐)할, 두렵사리 놀랄만한 표현이 되는데,

바로 “타락”(墮落)이란 말이 되는 것. 그것 하나만

먹지 말고 맘껏 잘 살라는 “한님”의 명령에

불순종함으로서 마침내 “타락”[The Fall]하여

낙원에서 쫒겨나는 인류의 조상 스토리가

생각나는 것.

========================

Life starts all over again

when it gets crisp in the fall.

생명은 다시 새로 시작한다네,

가을이 되어 바삭바삭해지면.

========================

떨어져[fall] 땅 위에 구르는 마른 낙엽들도 다시

새출발하는 기운과 함께 할진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먹고 “한님”께 불순종한 결과

타락하여 [The Fall] 실락원(失樂園)한 인류에게도

다시 한번 새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존재함을

새삼 깨닫는 것. 그게 바로 작가 피츠제럴드가

‘crisp’이란 실로 감칠맛나는 단어 하나로 묘사한

느낌 속에 잠재하더란 것.

가을 기운 완연한 ‘화화’(禾火)의 시월 중순.

‘fall’ 속에 무르익은 ‘crisp’한 기분 속에서 왠지

‘The Fall’을 극복하며 이겨내는 기분으로, 그렇게

‘다시 한번 새출발하는’ 기분을 북돋우는 시인의

영감(靈感)! 그 ‘가을의 바삭바삭함’에 고무되어

저절로 공명(共鳴)하는 소리 --- Cheers!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