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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사진과 추억

2019-10-09 (수) 전성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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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에는 집집마다 앨범 10권쯤은 가지고 있으면서 가끔 가족들과 꺼내 보고 추억을 회상하곤 하는 문화가 있었다. 찰칵찰칵 필름 돌아가는 소리를 내는 수동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24장 또는 36장을 찍을 수 있는 코닥이나 후지 필름을 한 롤씩 넣어야 했고, 필름값이나 인화료가 만만치 않아서 찍을 때마다 한장씩 정성들여 사진을 찍곤 했다.

그후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를 거쳐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가 대세이다. 내가 1999년에 결혼할 때 큰 맘먹고 장만한 최신식 디지털 카메라는 20년도 안되서 골동품이 되고 말았다. 거리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며 시시때때로 사진을 찍는다. 인물도 찍고 경치도 찍고 음식도 찍는다. 순간순간이 사진으로 남는다. 보통 사람들의 카메라에 수천장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 찍고 올리고 좋아요와 댓글로 반응을 공유하는 시대이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은 계정은 있으나 거의 눈팅만 하는 수준인데 나도 열심히 SNS를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0년 정도 시대를 주름잡았던 그 이름도 역사 깊은 싸이월드에 심취했었다. 애들을 키우던 시기와도 맞아떨어져서 주로 아이들 사진을 많이 업로드하여 가족앨범의 기능도 겸했다.


그러다가 카카오스토리나 인스타그램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점점 유행하게 되고 싸이월드는 나에게 있어 일종의 클라우드처럼 사진 저장소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그렇게 가끔 궁금하면 들여다보곤 했는데 2015년경에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되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아이들과의 추억을 통째로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인터넷에 올려두면 폰에 저장하는것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해당 서비스가 문을 닫을 경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1, 2년 전 다시 서비스를 한다는 말에 새로 앱을 깔고 로그인해 보니 나의 30대 초반 육아 시절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싸이월드의 사진을 내 컴퓨터나 핸드폰 등 다른 저장장치로 조금씩 백업시키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 무엇이 더 영구적이고 안전한 저장 방법인지에 대해 고민이 된다. 비닐 커버 안에 한장 한장 끼워 넣었던 무겁고 두꺼운 앨범을 꺼내보고 싶은 밤이다.

<전성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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