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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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생각의 주인으로 살기

2019-10-08 (화) 유명현(동시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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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주인으로 살지 않으면 생각의 노예로 산다. 생각의 주인으로 살려면 내게 씌워진 기존의 프레임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내게는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가끔 내 생각 속의 노예 근성이 현실 속에서도 종속적인 삶을 부추긴다. 일상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들러리로서 유지 보수 역할을 맡을 뿐이다. 내심 남들이 나를 알아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도 오히려 자신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즉, 자기 신뢰가 없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타인의 생각이 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타인의 인정을 위해 자신을 등지는 가련한 존재가 되고 만다.

반면 반대의 부류들은 주체적인 삶을 산다.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원하는 삶의 질서들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천하를 우습게 보는 기백과 자신감으로 주위의 아니꼬운 시선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 텃밭이 건강하게 관리되어 있기에 타인을 기준삼아 쉽게 행로를 바꾸지 않는다. 내면의 미미한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내 목소리라는 이유만으로 흘려보낸다. 솔직히 경험상 나보다 신뢰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타인의 생각을 따라가다가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그들도 자신만의 공간에서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반신반의하거나 두려움에 떨고 있다.

70억 인구의 손가락 지문이 다 다르듯이 삶의 맥락 또한 70억 개 고유한 다른 상황으로 존재한다. 그러니 내가 생각의 주인이 되는 수밖에 없다. 과거로부터 오는 지식과 현자들의 명언은 본질적으로는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깨달음이었을 뿐 오늘날의 만능 열쇠로 작용하길 현자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어떤 철학을 막론하고 그때 당사자에게 가장 유용했다. 그렇기에 빅데이터 삼아 참조하면 된다. 자신의 생각을 배제한 무조건적인 추앙은 무덤에 누워 있는 현자들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 현실의 최전방에서 직접적인 체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정답을 갖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최선이 무엇인지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유명현(동시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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