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공산주의자들과 식사

2019-10-07 (월) 12:00:00 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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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일상에 있다. 비공식 관계, 행사 후 식사, 사적 대화의 공간에서 의외의 학습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중국인들과 식사 자리가 그런 자리였다.

중국인 룸메이트가 곧 귀국하는 친구들을 집에 초청해 생각지 못한 자리에 합류했다. 뜨거운 핫팟의 면을 건져 먹으며 평소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가 나왔다. 왁자지껄한 대화 속 결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내밀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2주 후 본국에 돌아가는 친구에게 귀국 소감을 물어보았다. “무서워” 그리고 “복잡해.” 의외의 답에 놀라 물었다, 아니 왜?


그들은 하나 둘 씩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꺼낸다.

한 친구는 말한다. “미국에서는 자유롭지. 하지만 귀국하면 중국을 비판을 하면 안 돼. 현 정부는 전화도 컴퓨터도 다 감시하고 도청해. 우리 기술이 얼마나 놀라운지 모르지? AI의 음성 인식 기술은 완벽에 가까워.”

또 다른 친구는 한숨을 쉬며 정보통신망과 감시를 위한 정부부처의 예산을 이야기한다.

“거리에는 카메라가 백억 개 설치되어 있어.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얼굴이랑 모션 캡처 기술로 걸음걸이를 통해 신원 파악을 해. 우리나라는 인력 감시에 돈을 엄청 써. 고용 인원도 엄청나지.”

“공포가 입을 막고, 공포로 나라를 다스려.”

“지금 이 방향은 잘못된 방향인데, 아무도 비판을 할 수 없는 닫힌 사회야.”

이 친구들은,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정부 감시의 대상이 되어 살기 위해 침묵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를 무척 사랑하기에 그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 입은 막을지언정 생각은 막을 수 없으니 끓어오르는 번민으로 마음이 복잡하다 했다.


“거기서 태어났으니 이제 돌아가야지. 여기 오기 전에는 일상이었어. 그리고 그냥 입 다물고 살아야지.” 그 친구는 혹시 몰라서 구글 계정의 사용 내역도 매달 삭제해왔고, 이제는 쓸 수 없으니 탈퇴했단다. 체념한 상태다.

침묵하던 한 친구가 이야기한다. “우리 할아버지는 전쟁 영웅이야. 항상 나라를 찬양하셨어. 그런데 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나라를 거품 물고 비판하다가 돌아가셨어.”

다른 친구들도 낯빛이 바뀌고 침묵한다. 사적 자리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대화가 물꼬를 트자 친구들은 꾹꾹 눌러뒀던 이야기를 꺼낸다. 만약 지금의 장기집권 체제가 이어진다면 역사는 퇴보하는 거라고.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들 말하지만 대책이 없다. 비판할 수 없다. 그래서 비판적 생각은 사적 영역의 자리에 머물고, 마음에 고인다.

평소 수업을 듣고 공적 영역에서 연결된 친구들은 결코 하지 않는, 그런 결의 이야기다. 사적인 자리를 통해 그들 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을 그들의 입장에서 알 수 있었다. 인간적 유대가 생겼다. 참 고마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사적인 대화 가운데 한국은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가. 얼마 전 미국에서 우연히 최근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 유튜버와 집회의 고소고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공적 영역의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열린사회와 닫힌 사회ㅡ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대화의 종류와 깊이, 현 상황에 대화의 결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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