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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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선물

2019-09-11 (수) 전성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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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고 마음이 담긴 선물은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예를 들면 이웃집에서 보내준 따끈따끈한 부침개 한 장,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 깨끗하게 챙겨 준 작아진 아이 옷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골랐을 책 한 권, 아이가 나를 위해 안먹고 가져온 학교에서 받은 사탕 한 알, 주는 이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이런 선물들을 좋아한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 제일 처음 받은 생일 선물은 구두였다. 애인에게 신발 선물하면 그 신발 신고 뻥 차고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어서 금기시 된다고 들었는데 너무도 해맑게 구두를 골라줘서 의아하면서도 ‘아,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성격이구나’ 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남편에게 내가 줬던 선물 중에 뭐가 제일 기억에 남냐고 물어봤더니 역시 연애 초기에 선물한 학생용 백팩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내가 선물을 거의 안 줬다나. 남편은 기억력이 좀 없다. 어쨌든 사람은 늙어가도 물건은 그대로라 이십 년이 지난 아직도 남편은 그 가방을 가끔 사용하곤 한다. 값비싼 물건이 아니어도 의미가 있는 것들은 오래 간직하게 된다. 누구나 이런 의미 있는 선물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최근에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정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사실은 이 ‘여성의 창’ 칼럼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도 그 선물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태교 차원에서 이 칼럼을 맡기로 결심했는데 이 말인 즉슨, 늦둥이 셋째 아이가 생겼다는 말이다. 큰 아이를 대학에 보내 독립시킨 이 여름에! 내 평생 받아 본 선물 중에 가장 놀랍고 기적 같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결혼할 때부터 아이 셋을 낳고 싶었지만 30대 초반에 둘째를 낳고 난 이후 유산을 연달아 여러 번 하면서 마음을 내려놓았는데, 무언가는 그렇게 비우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큰 아이를 다 키웠다고 생각했더니 새로운 시작이다. 이래서 인생은 예측 불허이고 반전의 연속이다. 처음에 알았을 때는 걱정 반, 기쁨 반이었지만, 걱정해봤자 주름만 늘지, 축복이고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날이 갈수록 의욕이 생기면서 빈 둥지 증후군 같은 건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내게 주어진 오늘이 감사하고 새 생명과 함께할 미래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하루하루 삶이 다 선물이다.

<전성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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