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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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마일 하이

2019-08-30 (금) 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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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부딪치다 보니 성인이 된 어느 날부터 꿈을 꾸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땐 아주 사소한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나는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덴버, 콜로라도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렇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고,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또 아이 키우는 엄마가 여행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나의 꿈 덴버는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데 작년 초인가 덴버에 살다오신 분, 덴버에 가족이 있는 분들과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덴버를 향한 나의 잠자던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 드.디.어 지난 주말 덴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2박 3일의 꿈 같은 덴버 여행을 시작했다. 덴버 공항에 도착하기 전 기류로 흔들리는 비행기에 놀라고, 공항에 도착해서는 너무나 큰 공항 사이즈에 놀라고, 공항 밖에서는 맑은 공기에 또 한번 놀랐다. 코피가 날 수도 있고, 고산이라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는 지인들의 걱정과 우려가 무색하게 나는 너무나 잘 덴버에 적응했다. 온라인으로 많은 정보를 섭렵한 덕으로, 덴버 근교에 맥주공장도 있고, 온천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혼자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것은 역시 어려웠다. 그러나 아무것도 못보고 가기엔 아쉬움이 남아 덴버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심지어 혼자 가도 외롭지 않은 레드락을 선택했다. 덕분에 덴버의 야경과 자연이 주는 엄청난 공연장도 구경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동포분들도 너무나 따뜻했다.

어느 날 문득 나에게 들어온 ‘덴버’라는 이름, 그날 이후로 내 꿈이 되어버린 이곳에 오늘 나는 와 있다. 처음 왔지만 처음이 아닌 것 같은 이 기분. 내 꿈 속에서 한없이 되뇌였던 곳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색다른 기분. 나는 여기에 좋은 인연을 만들어 더 자주 오고 싶은, 또 다른 꿈을 꾸어본다. 마일 하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 덴버, 존 덴버가 너무나 좋아 이름을 덴버로 바꾸기까지 했다는 도시. 달빛이 아름다운 곳이라는데 이번엔 그 달빛을 못보고 그냥 떠난다. 아마도 내가 다음에 다시 덴버에 와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 언제까지 나를 기다려 줄 도시, 내가 달려가면 나를 품어줄 도시, 그 이름 바로 덴버…

<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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