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8월의 이과수 폭포

2019-08-29 (목) 채영은(주부)
크게 작게
작년 여름 모처럼 브라질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친한 언니가 브라질 동포였고 졸업 이후 다시 브라질에서 살고 있어 남미를 생각하면 항상 그 언니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언니를 만나려면 언젠가 브라질을 꼭 방문해야겠구나 늘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환승하여 상파울루까지 거의 한국가는 시간만큼 날아가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 부부를 초대해준 남편의 지인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한편 그 언니와는 스케줄이 달라 감격적인 해후가 불발되었지만 그 아쉬움을 대신 달래준 것이 이과수 폭포였다.

이과수 폭포는 아주 예전에 보았던 영화 ‘미션’에서 영화 속 원주민들이 살던 장소로 촬영되었고, 또다른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양조위가 장국영과 이별 후 돌고돌아 마지막 다다른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 이과수 폭포는 상파울루에서 한시간 정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접경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방향에서 장대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남반구에서의 8월은 늦겨울에 해당하는데, 그렇다고 아주 춥지는 않고 약간 으스스하고 썰렁한 정도이다. 8월의 끝자락에서 청명한 날씨 속에 브라질 쪽에서의 폭포들을 맘껏 감상하고, 쾌속보트를 타고 폭포 아래쪽까지 접근해서 물벼락을 맞는 직접 체험도 즐겼다. 저녁시간에는 남미 각 나라의 문화와 정취를 소개하는 화려한 민속공연을 보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아르헨티나 국경을 차로 지나 아르헨티나 쪽 폭포에 도착하였다.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그곳은 가장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 지형차에 의한 수직낙하라는 간단한 원리임에도 이보다 더 압도적이고도 매혹적일 수 없는 자연의 걸작을 마주했다. 천지를 울리는 장엄한 물소리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짙은 물안개 속에 옛날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워 떨었을까. 크고 작은 폭포들을 볼 수 있는 트레일을 걸으면서도 걷는 내내 귓가에 ‘가브리엘의 오보’ 음악이 들리는 듯했고, 이와 같은 절경을 보전하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폭포 앞에서 휠체어 타신 노인들을 보며 건강한 두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더 많이 다녀야겠다라고 다짐하면서. 다음 목표는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로 찜했다. 그러면 세계 3대 폭포를 모두 나의 두눈과 머리와 가슴에 담아올 수 있게 된다. 두근두근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이룰 그날은 꼭 오리라.

<채영은(주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