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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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여유

2019-08-16 (금) 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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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과 오랜 시간 인터뷰하듯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재정전문인 특성상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9년여간 내가 직업적으로 만난 분들은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었다.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감동이었고, 어디서도 배우지 못한 교훈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늘 새로운 만남에 설레고, 그분들이 전해주는 배움에서 큰 자극과 도전을 받는다.

내가 보험 혜택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경우 ‘먹고 살기도 바빠요’, ‘나는 내가 알아서 잘 하고 있어요’, ‘내가 아는 지인이 이런 거 할 필요 없다던데요’라며 마음을 닫고 철벽을 친다. 이민자로서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과 가까운 사람에게 더 상처받을 일이 많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답답하고 안타깝다. 한편으론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는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 만난 히스패닉계는 재정적으로 안정된 60대인데도 3년후 은퇴를 계획하며 풀타임, 파트타임의 4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이 고객은 새로운 만남과 정보에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내가 아는 지식은 여기까지인데 자신이 더 알아야 할 새 지식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했다. 새 변화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유연한 사고와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때로 사람들은 ‘워킹맘으로 일하는 모습이 대단하고 부럽다’는 말을 내게 한다. 일하고 싶기는 하지만 겁나고,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어떤 일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나 역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꺼려하는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다. 이 거부감은 시간적인 여유, 마음의 여유, 경제적인 여유 등등 ‘여유’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익숙함에 젖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익히는 것에 게으른 것도 있을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알아보는 노력,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가 예전보다 더 필요하다. 아는 것이 바로 자기의 힘이 되기 때문이다.

<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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