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스칼럼]금리와 주식의 메시지

2019-08-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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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가장 훌륭한 경기 예측 수단의 하나로 꼽힌다. 투자가들만큼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수익 기대치가 낮아져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이것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는 기업의 경기 악화로 나타나며 이것이 다시 주가를 낮추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소위 말하는 ‘예측의 자기실현’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가 하락이 반드시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은 군중심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때로는 실제보다 향후 전망을 낙관하는 주가의 과대평가가 자주 일어난다. 그러다 다수 투자가들이 발을 빼면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는 정상가나 그 이하로 내려온다. 주식시장의 자기 조정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이럴 때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경기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1987년 10월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하루에 22%가 떨어졌지만 불경기는 오지 않았다. 그해 워낙 많이 올랐다 제자리를 찾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해 미 주가는 소폭이지만 상승하는 것으로 연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2000년이나 2007년처럼 거품의 규모가 워낙 크고 폭락세가 심할 때는 실물경제도 상처를 입는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000년 최고치에서 80%, 미 증시는 2007년 최고치에서 50% 이상 하락했다.


주식보다 미 경기를 정확히 점치는 것은 금리의 동향이다. 통상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높다. 돈을 오래 묶어둘 경우 그만큼 투자 위험도 크고 그에 따른 더 큰 보상을 투자가들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수익보다 안전이 더 중요해질 때 예외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 밑으로 내려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지난 50년간 이런 일이 7번 있었는데 이때마다 불황이 찾아왔다. 이 정도면 신통한 명중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역전 현상이 14일 다시 일어났다.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연방 국채수익률이 3개월 및 2년 만기 단기 국채수익률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다우존스 산업 지수도 올 들어 최대 폭인 800 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미 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과 독일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보고 있다.

스스로를 ‘협상의 귀재’라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는 별다른 경제지식이나 정치적 신념은 없는 사람이지만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세가 최고라는 특이한 신조를 갖고 있다.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 쉽다”는 말이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3일 9월로 예정돼 있던 중국물품에 대한 추가 과세 부과를 12월로 전격 연기하면서 반짝했던 미 증시가 하루 만에 폭락세로 돌변한 것은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투자가들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도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을 33%로 보고 있는데 이는 마지막 불황인 2008년 이후 최고치며 미 중 무역분쟁이 계속 악화하면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만약 불황이 온다면 그 원인은 트럼프가 촉발한 미 중 무역분쟁이라는데 별 이견이 없다. 자칭 ‘협상의 귀재’ 트럼프가 자신이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내년에 불황을 불러오고 그 결과 대선에서 낙선한다면 그보다 더한 ‘시적 정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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