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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 왜 트럼프 지지?

202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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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력에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중에서 형사 재판정에 선 첫 피고인이라는 기록 하나를 더했다. 이 뉴스를 듣고 트럼프가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된 것이 이것 하나라고 생각했다면 잘못 안 것이다. 그가 받아야 할 형사 재판은 4건 더 있다. 다른 재판들은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는 시작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이번 재판은 성관계를 폭로하려는 여배우의 입틀막을 위해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돈을 썼다는 혐의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성 추행 혐의 등 보통 사람 같으면 그 하나만 해도 낯 뜨거울 다른 민사 건도 있다. 당연히 돈도 많이 든다. 올 들어 트럼프가 모금한 캠페인 기금의 4분의1 이상이 법적 비용으로 나갔다고 한다. 대통령 되는데 보태라고 지지자들이 보낸 돈이 선거운동 대신 변호사 비 등에 쓰였다. 이 돈이 올해만 7,600만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이런 트럼프를 지지한다. 강고한 지지 기반중 하나다. 크리스천이라면서 왜 이런 사람을 지지하는가?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 궁금증에 성경을 예로 들어 답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보수 기독교인은 트럼프를 기원전 6세기의 고레스 왕에 비유하기도 한다. 에스라, 역대하, 다니엘 등에 등장하는 고레스는 지금의 이란인 페르시아 왕국의 시조로 추앙받는 인물. 역사서에는 사이러스 대제, 키루스 대제(Cyrus the Great)로 나온다. 성경에 바사로 표기되는 페르시아를 당대의 강국이었던 메디아 왕국(메대, 이란 북부의 국가)의 속국에서 벗어나게 하고, 또 다른 강국이었던 바빌로니아 제국도 정복한, 말 그대로 ‘대왕’이었다.

그가 중요한 성경적 인물이 된 것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있던 유대인들을 귀환토록 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537년의 일이다. 성경뿐 아니라 여러 자료로 입증된 역사적 사실이다. 고레스는 예루살렘 성전 재건축을 명령하고, 바벨론이 약탈했던 성전 기명도 모두 돌려보내도록 했다. 성벽과 성전 재건축에 드는 자금은 유프라테스 강 서쪽에서 거둔 세수 중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조처도 취했다.

성경적으로는 그보다 150년전 예레미야 선지자의 예언이 실현된 것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식민지 경영방법이 유화 정책으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 귀환한 유대인이 4만~5만명으로 추정된다. 걸어서 넉 달이 걸린다는 거리를 걸어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보다 78년 후 이뤄진 2차 귀환 때의 최대 5,000명 보다 월등히 많은 유대인이 고레스 칙령에 의해 돌아올 수 있었다.

유대인 입장에서 고레스는 이방인이었으나 유대 민족이 정체성을 찾고, 그 신앙을 유지하게 해 준 메시아같은 인물이다. 복음주의 기독교인 중에 트럼프를 이런 고레스 왕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불완전한 용기(그릇)’이긴 하나 기독교 정체성을 유지하고, 변질되는 기독교 정신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줄 인물이라고 본다.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하는 것으로도 설명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그만큼 지금 민주당 정책은 동성결혼 등 중요한 이슈에서 비 기독교, 심지어 반 기독교적이라는 인식이 보수 기독교인들의 뇌리에 깔려 있다.

대통령은 도덕적으로도 훌륭해야 하는가? 트럼프는 리더의 도덕성 문제를 다시 점화시킨 정치인이다. 착한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마키아벨리즘에서뿐 아니라 많은 정치학자들도 같은 견해다. 착한 것과 유능한 것은 다르다. 하지만 어떤 악이, 어느 정도까지 용납 가능하고, 어떤 것은 용납 불가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개인과 입장에 따라 크게 다르다. 트럼프의 ‘악행’을 두고 “바퀴벌레 한 마리 죽인 것을 무슨 사람 죽인 것처럼 난리”라고 항변하는 지지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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