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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耳(마이) 휘감은 영험함…1억년 전으로 시간여행

2019-08-09 (금) 글·사진(진안)=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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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진안 마이산...물속 암반층 불쑥 솟아올라 암·수마이봉 별천지 만들어
암벽에 벌집처럼 구멍 숭숭...풍화가 만든 타포니도 눈길

▶ 계룡산과 견줄만큼 강한 氣(기), 한때 무속인 발길 이어지기도
이성계가 왕의 자리 오르기 전 신선의 계시 받았다는 설화도

馬耳(마이) 휘감은 영험함…1억년 전으로 시간여행

진안군 홍삼스파엔빌에서 바라 본 마이봉의 모습.

馬耳(마이) 휘감은 영험함…1억년 전으로 시간여행

마이산 입구의 탑사에 있는 천지탑.



馬耳(마이) 휘감은 영험함…1억년 전으로 시간여행

마이봉 벽면에 형성된 타포니.



북쪽에 개마고원이 있다면 남쪽에는 ‘무진장’이 있다. 여기서 무진장은 ‘매우’나 ‘엄청나게’ 같은 부사가 아니라 무주·진안·장수를 아우르는 고원 지대를 말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무진장’에 더해 남원과 임실·금산 일부까지를 포함해 ‘진안고원’이라고 부른다. 진안군은 그만큼 지질학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다 풍광 또한 아름답다. 아울러 지대가 높은 만큼 일교차가 커서 모든 꽃의 색깔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진하고 과일의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장마도 끝나가고 피서철이 시작되는 즈음 서늘한 진안을 찾은 이유다.


진안은 춘천과 더불어 남한에서 벚꽃의 개화가 가장 늦은 곳이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이곳의 벚꽃은 4월20일 전후에 꽃망울이 터진다. 중부 지방에서도 늦은 지역인 춘천과 비슷한 시기에 피는 셈이다. 이 정도면 다른 지역에 비해 최소한 1주일에서 보름 정도 늦은 편인데 이곳이 그만큼 춥고 일교차가 크다는 얘기다.

서늘한 날씨와 일교차는 농축산물 품질에 영향을 끼쳐서 모든 과실의 당도가 높다. 특히 진안은 홍삼과 흑돼지가 유명하다. 흑돼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최고 육질로 지난 2007년 북한에 종돈(種豚)을 보낸 바 있는데 번식이 잘됐다면 지금쯤 진안의 흑돼지 상당수가 북에서 사육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태형 해설사는 “진안에 왔다면 돼지 등갈비와 삼겹살 맛을 보고 가라”고 했지만 매번 혼자서 여행에 나서는 터라 식당에 들어가 1인분을 시키는 것이 미안해 고기 맛을 보는 것은 포기했다.

심 해설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이산 입구를 지나 탑사에 도착했다. 탑사는 돌을 쌓아 올린 천지탑으로 유명한데 탑은 높이 13m의 원뿔 형태로 하나의 몸체로 올라가다가 두 개의 탑으로 갈라지는 형태다.

이 돌탑들은 1885년(고종 25년)께 임실에 거주하던 이갑룡(李甲龍)이라는 사람이 수행을 위해 마이산 밑으로 이주한 뒤 108기의 돌탑을 30여년에 걸쳐서 혼자 축조했는데 지금은 약 80여기만 남아 있다.

이처럼 종교적 상징이 풍부한 마이산은 강화도 마니산, 대전 계룡산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氣)가 센 곳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설(說)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마이산은 풍수지리상으로는 호남 정맥과 만나면서 궁수가 활을 겨눌 때 화살촉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성취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또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은수사에서 기도를 바치던 중 꿈에 신선이 나타나 금으로 된 자를 주면서 “이 자로 삼천리강산을 재단해 보라”고 해서 후에 반란을 일으켜 새 왕조를 세웠다는 전설도 있다.

마이산은 ‘금(金) 기운’이 강해 속금산(束金山)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이 때문에 ‘목(木) 기운’이 강한 이씨 왕조의 성(姓)인 ‘오얏 리(李)’ 자와 만나면 조화를 이룬다는 ‘비보진압(裨補鎭壓·약한 기운을 보완하고 강한 기운을 눌러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 풍수’에 따른 길지라는 설도 있어 한때는 무속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전설보다 재미있는 것은 마이산의 지질학적 배경이다. 마이산의 타포니(tafoni·암벽에 벌집처럼 생긴 구멍 형태의 지형)는 신생대 제4기의 빙하기와 그 이후의 한랭기에 형성됐는데 남쪽에서 보면 봉우리에 폭격을 맞은 듯한 작은 굴들이 수없이 뚫려 있다. 말의 귀처럼 생겨서 마이산으로 불리는 이 산은 수마이봉과 암마이봉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암마이봉의 벌집 동굴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이런 동굴은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염분이 암석 입자 사이에 들어가 있다가 풍화가 진행되면서 사라져 형성된 것들이다. 심 해설사는 “세계 최대 규모인 마이산 타포니는 1억년 전 물속에 있던 바위 층이 지각 현상에 의해 땅으로 솟아오른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진안)=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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