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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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동등한 이방인

2019-07-19 (금) 진희원(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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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에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이민자들로부터 종종 듣던 질문이었다. 이내 이 질문이 학생 여부를 묻는 질문이 아닌, 영주권자, 시민권자, 또는 유학생으로 등급(?)을 매겨 나를 판단하는 절차였음을 알았을 때 그 씁쓸함이란…

최근 이슈는 온통 불법 이민자 추방작전이다. 그 수가 상상초월이다. 뉴스를 접하며 미국이란 나라의 이방인으로서 사는 이민자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곳에 왔을 그들의 삶이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종종 마트나 식당에서 히스패닉계 종업원들에게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들을 비하하며 욕설 섞인 한국말을 해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업원들은 그저 싱글벙글… 상대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말과 말투에 내 얼굴이 붉어지고 같은 한국인임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어쩌면 이민 1세대 어르신들도 생면부지 타국인 이곳에서 누군가로부터 저런 대접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나의 아버지 세대 이민자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깊게 패인 주름 하나에도 치열했을 그들의 삶이 묻어난다.

온종일 손에 물 마를 새 없이 일하는 멕시코 친구는 한 주에 두 번 쉴 수 있는 새 직장에서 월급도 올라 고국의 가족에게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 한다. 그는 매서운 지난 겨울 국경지대 강가에서 며칠을 먹지도 못하고 몸을 숨겨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온 친구 이야기와 조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밧줄로 장벽을 넘다 국경순찰대에 잡혀 고향으로 다시 보내진 친척의 이야기도 전해준다. 월급 거의 전부를 가족에게 보내는 친구도 있다고. 비록 내 핏줄은 아니지만 마음이 먹먹했다. 뉴스로만 듣던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라니… 불법 이민자들을 향한 비판과 함께 그들의 인권과 존엄성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나는 이 이민자의 나라에서 차별과 선입견을 벗어나 ‘동등한 이방인’으로서 내 주위 이민자들의 삶을 얼마나 존중하며 살아가는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의 싯구처럼 그들도 삶의 치열함과 열정을 가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 자매, 누군가 에게는 귀하고 따뜻한 존재일텐데… 비록 고달픈 이방인의 삶일지라도 아직 남아있을 온기가 서로에게 전해지는 오늘을 꿈꿔본다.

<진희원(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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