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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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사람사는 냄새

2019-07-16 (화) 김예은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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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 상금을 주는 한국의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예능인보다 더 재치가 넘치는 사람들과 평범한 하루를 살지만 그 안에 슬픔을 지니고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는다. ‘사람사는 것은 다 똑같구나’ 내지 ‘다들 그럭저럭 살아내려고 하는구나’를 느끼며 왠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그들은 대화하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꺼내 사람들의 대답을 듣기도 한다. “다시 태어나면 누구로 태어나고 싶나요”와 “어떤 나이대로 돌아가보고싶나요” 같은 질문들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다. 일상에서는 좀처럼 받기 어려운 질문들을 대한 사람들은 그간의 삶의 경험을 토대로 대답을 한다. 흔치 않은 질문에 흔치 않는 답변들이 오가는 그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 명언의 속뜻은 어쩌면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남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모르는 관계에서 아는 사이가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느낀다. ‘세상사람들 중에 사연 없는 사람들이 없구나’ 하고 말이다. 그 안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옆사람의 힘듦에 무관심으로 표현해 본의아닌 침묵의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사자도 제3자로 자신의 삶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면 좋을텐데, 어쩔 수 없이 가까이서 봐 비극을 느낀다. 누군가는 화질 좋은 망원경으로 자신의 삶을 관찰해 더 큰 비극의 장르를 만들어낸다. 예고편이 하나 없는 우리의 인생이기에 누군가에겐 내 삶이 희극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간절한 바람을 일궈낸 우리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1년만에 두 학기를 끝내고 돌아온 한국은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갔다. 모두가 느낄 것이다. “세상은 나없이도 잘 돌아가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이뤄낸 어제 힘의 원동력이 남아 오늘의 세상이 잘돌아가는 것이다. 그 세상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품은 꽃보다 아름다운 향기를 피워낸다.

<김예은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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