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이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결론을

2019-07-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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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커뮤니티의 여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의 마이 웨이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학원 이사회는 커뮤니티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폐교한 윌셔초등 건물을 한 사립학교에 장기임대하는 계약에 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하지만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고, 비영리단체가 주요 자산의 처분이나 활용을 결정하기 전 주 검찰에 사전통보하게 되어 있는 관련규정을 지켰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이 생략됐다면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LA 총영사관 등은 아직 법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남가주한국학원 40년사’를 보면 지난 2000년 운영위기에 빠진 한국학원을 살리기 위한 모금운동 결과(p245~247)가 나와 있다. 이때 커뮤니티가 조성한 모금액은 260여만 달러로, 100만 달러, 50달러 등 통 큰 기부들도 있다. 성금 기탁자는 대통령 부인에서 타운의 월남국수집 주인까지 망라돼 있다.


이 때뿐 아니다. 거의 매년 반복된 한국학원 모금행사에 학교와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호응했다. 한국학원 이사회 측 한 관계자가 최근 ‘커뮤니티라고 하는데 커뮤니티의 실체가 뭐냐’고 반문했다지만 이 ‘실체 없는 커뮤니티’가 한국학원을 도왔다. 2세 교육 특히 뿌리 교육에 대한 지원이었다.

그동안 이사 등 한국학원 관계자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심 없이 노력해 온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를 외면할 수는 없다. 결과는 윌셔초등 폐교와 뿌리교육의 산실이었던 학교건물의 임대이다. 결과가 이렇다면 그간의 노고와는 별도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정말 사심 없이 한국학원을 지원했던 커뮤니티 차원에서 보다 나은 방도를 찾아보도록 맡기는 것이 순리이다.

한국학원 문제는 이제 감정문제로 비화한 모양새다. 안타까운 일이다. 감정을 다스리고 현명하게 대처해서 가능한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하겠다. 모두가 합의하는 ‘2세 교육’의 장이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결론이 조속히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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