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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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평범하게 산다는 것

2019-07-03 (수) 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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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토요일 양일간 첼로 독주와 트리오 연주가 샌프란시스코와 팔로알토에서 있었다. 슈베르트를 메인 주제로 한 단아하고 기품 있는 연주였다. 주 관객층인 지극히 평범한 동네 이웃들은 성실하고 아름다운 연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연주자들의 경력은 생각보다 화려했다. 작은 교회에서 듣기 아까울 정도의 컨셉과 톤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수익금의 전부를 어렵게 사역하는 니제르의 선교사에게 모두 기부한다는 취지의 콘서트였다. 관객들은 십시일반 주머니를 열어 아낌없이 도네이션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평범함이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범함과 겸손의 울타리 안에 비범의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진 적은 능력으로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그 누구보다도 넉넉히 가진 자임에 틀림없다.

지금 고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큰 이슈인 두 탑 스타의 이혼 소송 건은 우리에게 충격과 함께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남부럽지 않은 인기와 재력, 그리고 모두의 부러움을 살 만한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파경에 이르렀다.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가지고서도 가장 평범한 가정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비단 연예인뿐이랴… 주위에 평범한 삶의 귀중함을 모르고 일탈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가정으로부터의 일탈, 직장과 사회로부터의 일탈, 자기자신의 삶으로부터 죽음으로 일탈하는 많은 경우들을 보자면 평범한 삶에 만족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 수 있다. 물론 이민의 삶을 사는 우리들은 이미 평범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평범하게 자식에게 욕심내고 평범하게 돈을 쫓아 내 실속만 챙기려는 것이 아닌, 아무도 보지 않아도 마치 누군가 봐주고 격려해 주는 것 같이, 누군가의 눈앞에서 사는 것 같이 정직하고 선하게 살아가고 싶다. 어떤 알력(軋轢)에도 떳떳하고 초연할 수 있는 용기와 가난한 가운데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력(餘瀝)을 갖고 싶다. 이런 평범함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라면 아마도 돈이건 명예건 하다못해 내 마음의 자존심까지도 손해보고 싶지 않은 세상 가운데서 평범함의 기준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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