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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이 내키지 않는 이유

2019-06-26 (수) 12:00:00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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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보다 더 많은 포장재, 생분해성 소재도 불완전해

▶ 미세 플라스틱만 늘릴 수도

온라인 쇼핑이 내키지 않는 이유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면 습관처럼 꼭 하는 일이 있다. 장바구니 들고 동네 슈퍼마켓이나 마트를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일렬로 놓인 진열대 사이를 지그재그로 훑고 다니며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골라 담는다. 종종 아이도 따라 나선다. 아이가 끼는 날엔 장바구니가 예상보다 빨리 차게 마련이다. 안 그래도 살 게 많았는데 아이가 입맛대로 고른 주전부리에 음료까지 들어가면 장바구니가 집까지 들고 갈 수 있을만한 무게인지 고민하게 된다.

불과 5분 거리인 집까지 장바구니를 들고 낑낑거리며 가다 쉬다 반복하다 보면 동네 아는 엄마들과 마주치곤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장바구니를 쳐다보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되는데 왜 이리 번거롭게 무거운 걸 들고 다니냐”며 의아해 한다. 맞는 말이다. 요즘은 마우스 클릭이나 스마트폰 터치 한번이면 필요한 물건들이 현관 앞까지 금세 도착하는데, 오프라인 장보기를 고집하고 있으니 남들 보기에 참 답답할 것 같다.

온라인 쇼핑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책이나 음료처럼 다량을 구입할 경우 무거워서 도저히 혼자 들고 올 수 없는 상품, 급하게 꼭 필요한데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상품 등은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하지만 이 외에 다른 물건들은 나의 엄마, 엄마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직접 매장을 찾아가 장을 본다.


가급적 온라인 쇼핑을 줄이려는 가장 큰 이유는 쓰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크기가 크던 작던, 양이 많던 적던 반드시 포장이 돼 집으로 배송된다. 온라인 쇼핑 몇 번 하면 종이 박스와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비닐 등이 주문한 상품보다 더 많이 쌓인다. 채소나 육류 같은 신선식품, 조리된 음식 등을 온라인으로 배달시키면 신선도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포장재까지 겹겹이 추가된다.

쓰레기 과다 문제를 의식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들은 생분해성 비닐봉지 같은 친환경 포장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반적인 비닐봉지는 대개 폴리에틸렌 계열의 화학물질로 만든다. 폴리에틸렌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하나로, 탄소 원자가 서로 결합해 사슬처럼 길게 연결돼 있는 구조다.

땅 속에 묻힌 비닐봉지 쓰레기를 분해하는 건 미생물의 몫이다. 비닐봉지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의 결합을 미생물이 잘게 끊어내는 과정이 바로 분해인데, 탄소와 탄소가 연결된 결합은 워낙 강력해서 미생물이 쉽게 끊지 못한다. 폴리에틸렌 비닐봉지 쓰레기를 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데 수십년이 걸리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생분해성 소재는 자연 상태에서 미생물이 화학물질의 결합을 모두 끊을 수 있다. 미생물이 이처럼 완전히 분해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아 다시 식물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 분해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현재 국내외에서 기존 비닐봉지를 대체해 유통되고 있는 이른바 친환경 봉지들 중엔 완전한 생분해성이라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영세한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여러 소재를 혼합해 봉지를 만들다 보면 ‘무늬만 친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생물이 해당 소재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을 때까지 완전하게 분해하지 못하고 잘게 잘라놓는 데 그칠 수 있다. 이렇게 분해가 덜 된 채 남은 작은 화학물질들은 환경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처럼 토양이나 바닷물에 남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한다. 순수한 생분해성 소재도 땅 속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데 적어도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는데, 어중간한 친환경 소재는 미세 플라스틱 발생만 더 늘릴지 모른다.

매주 집 앞에 쓰고 내다 놓은 쓰레기가 아이 키만큼 쌓인다. 분리수거 트럭이 이른 아침부터 그 많은 쓰레기를 쓸어 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온라인 쇼핑이 주는 잠깐의 편리함 쯤은 잊고 싶어진다. 10년 넘게 오간 동네 상가의 이웃들과 우리 아이가 크는 모습을 공유하는 건 온라인 쇼핑으로 결코 얻지 못하는 삶의 재미이기도 하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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