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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 Deepfake

2019-06-19 (수)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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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건너 저쪽 점잖은 나라에서다. 이름만 대면 전국 멍멍이도 알아주는 대 부호집 무남독녀가 자기네 개인소유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마침 이집에서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농부중 하나의 둘째아들 녀석이 저수지 근처에서 농땡이 부리며 여친과 놀다가 이를 보고 여인을 구한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이 나라 최고 부자중의 하나인 이 집안의 무남독녀가 왜 막 피우기 시작하는 18세 청춘을 마다하고 이런 끔찍한 자살을 시도했을까? 이야기는 짧고도 길다. 그래서 3일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저 물건 갔다버려, 그리고 다시는 내 눈 앞에 보이게 하지마.” 어르신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마나님이 애원한다, 한번만 용서해주시라고. 그리고 딸한테 달려가 역시 애원한다. “이것아 아버지한테 빌어, 손이 닳도록 빌으라고,” 그러나 딸은 노웨이 호세다. “내가 왜 빌어,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오히려 성질급한 아빠가 나한테 사과해야지.”


무슨 일인지 모른다만 38선 대치다. 여기에는 판문점도 없다. 그러니 대화도 안 된다. 누구 한사람 중재하겠다고 감히 나서지도 못한다. 설령 폼페이가 온다한들 아니면 볼튼이 온다한들 이집 ‘어르신’ 한테는 어림도 없을 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당사자인 두 사람은 입을 꾸욱 닫고 있으니 이번에는 거꾸로 급행열차로 하루만 앞서 가보자.

아침9시 뉴스를 접한 이 부촌 마을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이 경악과 혼란에 빠진다. 지상파와 케이블TV 신문잡지 온통 전국이 같은 기사다. 명문여대 금년 신입생중 최고미인 선발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자의 한명인 K양이가 한때 폰스타 였다고?

“아빠, 그거 나 아니야!”

그러나 이미 모든 건 다 끝났다. 살아있는 이집식구 모두가 몽땅 죽는다 해도 조상한테 갚을 수 없는 너무나 크고 무서운 죄를 범한 거다. 당사자는 그건 절대로 자신이 아니라고 죽음으로 저항하려 하였지만 자신의 동영상을 빤히 보고 들으면서 아니라고 우기기에는 너무나 벅찼다.

다시 바다 이쪽으로 건너오자. 미국정치제도 권력순위 제2번인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영상이 주류 언론과 SNS를 타고 퍼진다. 전국이 뒤집어 고꾸라질 것 같았다만 그게 아니다. 이쪽에서는 이미 그런데 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AI 이다 AR 이다 그리고 뭐다해서 컴퓨터가 목을 조이며 우리생횔에 침투한다. 2016년 미국선거에 이미 개입한 기록이 있는 Deepfake 라는 기술이 있다. 어떤 사람의 얼굴에 전혀 다른사람의 얼굴을 접목시키는 기술이다. 물론 목소리도 바꿔친다.


그러니까 유명세 타는 얼굴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저 남태평양 팡고팡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태양빛을 받으면서 파인애플 샹그리아를 즐기는 동안 헐리우드 저쪽에서는 열심히 영화를 만든다. 그리고 그속에 자신의 얼굴을 빌려주면서 (Licensing) 명배우가 되고 돈방석에 앉는다.

저쪽의 K양은 주검으로 자신의 결백을 표시하려 하였지만 이쪽은 그게 아닌가보다. 대신 구글이다 페북이다등등 거대 테크 자이언트 두목들이 줄줄이 국회 출두명령을 받는다. 너무나 비대해지고 독과점 의혹을 받는 이들 회사들이 대거 감사를 받을 모양이다.

공룡을 부숴 도마뱀 여럿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아다. Deepfake를 하건 Shortfake를 하건 한 두 마리 공룡에게만 맡기지는 말자는 아이디어다. 독과점을 막고 경쟁을 시키는거다. 미국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독과점 방지법이 있었지만 테크놀로지 분야 만큼은 이렇다하는 제제가 없었다고한다. 이번에 드디어 임자를 만나는 모양이다. 벌금이다 뭐다해서 몇십억달러 국고에 쌓이겠다.

Deepfake, G5..., AI, AR, IoT, 로봇 이런 것들이 앞으로 우리를 돕겠지만 괴롭히는게 훨씬 더 많을거다. 그리고 말세의 공로자 들이다.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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