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신해선 칼럼] 어머니 소리 아버지 소리

2019-06-05 (수) 신해선 칼럼니스트
크게 작게
차안에서 듣는다.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Sound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건 뚝딱뚝딱 못 박는 소리.” 라고 누가 말한다. 아버지는 평소 목수일 을 그렇게 좋아하셨단다. 자기가 어렸을 때는 인형의집도 만들어 주셨고 강아지가 집으로 왔을 때는 강아지집도 만드셨단다.

지금 아이들이 방에서 쓰고 있는 책상도 의자도, 부엌의 식탁도 아버지의 손길이 담긴 그리운 보배라고 말한다. 지금도 뒤뜰에서 무언가를 만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에 쌓여 가물가물 머릿속에 맴돈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듯 먼 하늘을 바라보듯 눈자위에 눈물이 고인다고 한다.

“칵테일 만들 때 부딪히는 얼음소리.” 누군가가 힘차게 말한다. 아버지는 칵테일 광이셨단다. 칵테일에 연관된 거라면 덮어놓고 사셨기 때문에 어머니와 자주 토닥토닥 하셨단다. 식후에도 주말 뒤뜰에서도 달그랑 달그랑 얼음이 믹서컵 속에서 부딪히는 소리를 항상 들었단다.


“아버지날을 맞이하여...” 아나운서가 말을 잇는다. 가만, 이 사람들 정신이 있나? 어머니날을 제치고 감히 아버지날 운운? 그럴 리가. 어머니날에도 분명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을 거다. 다만 그 시간에 맞추어 내가 차속에 있지 않았을 뿐 일거다. 그때는 눈물깨나 내렸겠다.

“타자기 치는 소리,” 어느 여인이 말한다. “우리 아버지는 학자이셨어요. 밤늦게 타닥타닥 타이프라이터 소리가 들리면 아 아빠가 집에 계신다! ”...하는 안도감에 늘 마음이 편안했어요.“ 때로는 아빠 방 에 올라가 응석도 부리며 아빠의 연구를 방해도 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나의 보호자 아빠를, 정말 아빠를 사랑했어요.” 타닥타닥 토닥토닥, 그리운 아빠.

“바이올린이요.” 아빠는 음악인 이었다 고한다. 아! 바이올린. 그 아빠는 어떤 음악으로 어린 딸의 기억 속에 추억의 그리움을 남겨주었을까? 마스네의 명상곡 타이스? 비토리오 몬티의 Czardas? 아마도 사라자데의 지고이네로바이젠?

술 먹고 취해서 집에 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집기를 부수던 그런 소리, 그런 때의 처절한 엄마의 울음소리가 아빠를 기억하게 한다는 시청자들의 전화는 없었다. 핏줄로 얽힌 가족들 간에 누가 먼저 떠나면 마냥 그리움만 남을터이니까... 디엔에이로 얽힌 가족이라는 거미줄 한군데 어디가 빠지게 되면 오직 추억만이 그걸 채울 수가 있을 터이니까... 하나라도 더 사랑하던 행복했던 그리운 그 시절을 기억해야 될 터이니까...

우리 교민들 중에서는 어머니를 기억하는 Sound가 무어라 말했을 런지 궁금하다. 토닥토닥 빨래방망이 소리? 아마 그런 세대는 한참 전 저쪽 시절 이었을 거다. 누군가는 말했을 거다, 엄마가 막 끓인 따끈한 두부 된장 콩나물 찌게가 보글 바글 끓는 소리라고. 명문대 입학 통지서를 들고 두둥실 춤을 추며 이 사람 저 사람들한테 전화로 자식 자랑하시던 엄마의 목소리?

“Go to church, Go to School, and Help each other with Love.” 그리고 그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한다. 그리고 그 사랑에는 희생이 따라야한다. 저 동남쪽 조지아 주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다. 지난 중간선거 때 조지아주 대정당의 지사후보로 출마하여 근소한 차이로 낙마한 스테이시 에이브람씨가 전해주는 말아다.

그의 어머니가 항상 이런 말로 6남매를 키웠단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석사학위를 두 개나 받은 훌륭한 어머니였단다. 지난달 KQED 방송국 초청으로 City Arts and Lectures에서 전해준 말이다. 훌륭한 엄마의 소리다.

지난 중간선거는 그를 지방 주식 주에서 전국 주식주로 부각시킨다. 남부 깊숙한 공화당 텃밭에서 흑인 여성으로는, 아니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주지사 후보로 지정된다. 그리고 졌지만 지금 그는 바쁘다. 여기저기서 초청이다. 그리고 그 자신도 대선후보로도 여차하면 뛸거란다.

엄마의 소리, 아빠의 소리, 가끔 눈감고 주마등을 더듬어 보는 것도 정서에 좋을 듯하다.

<신해선 칼럼니스트 >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