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두주자 ‘바이든의 앞길

2019-04-25 (목) 박록 고문
작게 크게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최대 위협으로 꼽히는 민주 후보는 누구일까. 인터넷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지난달 트럼프 캠프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내린 결론은 조 바이든, 카말라 해리스, 베토 오루어크의 3명이었다. 베토의 돌풍은 이미 약해졌고, 해리스도 3·4위를 맴도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표현에 의하면 “가장 덜 미친 사람”이라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상대는 바이든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인 러스트벨트의 백인남성 표밭을 민주당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바이든의 블루칼라 득표 잠재력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총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 유권자들은 해리스를 찍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에게 바이든을 악으로 몰아가기는 절대 쉽지 않다”고 시인한다. “바이든은 통수권자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민주 주자다. 그래서 스윙보터들에게 어필한다”고 한 트럼프 관계자는 말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늘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20번째 주자 바이든의 출마로 2020년 민주당 대선필드의 퍼즐이 완성되면서 경선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선두주자로 출발하지만 백악관으로 향하는 바이든의 앞길은 그리 장밋빛이 아니다. 높은 지명도와 중도파 어필로 승리를 다질 수도 있지만 구시대의 전형으로 ‘새 민주당’이 외면하면서 굴욕적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고 보스턴글로브는 예상한다.

바이든에겐 승리의 ‘꽃길’을 기대케 하는 긍정적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 지난 12월부터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고수해온 확실한 선두주자다. 6선 연방 상원의원과 오바마 행정부의 2선 부통령을 역임한 거의 반세기의 정치경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높은 지명도는 경험부족 주자들로 넘쳐나는 민주필드에서 더욱 돋보이는 자산이다.

대부분 주자들이 목청 높여 리버럴 표밭에 구애하는 동안 그의 중도성향이 민주당의 좌편향에 불안해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에이미 클로버샤도 중도파 주자이지만 그녀는 바이든에 비하면 무명에 가깝다.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후보의 진정성과 당선가능성인데 이 부문에서 바이든은 점수가 높다.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당선가능성과 함께 바이든 캠프가 강조하는 것이 소탈한 친화력의 진정성이다. 지난 수십년 그는 때로 민망한 말도 하지만 순수한 ‘엉클 조’의 이미지를 굳혀왔다. 부적절한 신체접촉 논란에도 상당수 민주 유권자들이 그의 선의를 믿는 이유라고 보스턴글로브는 분석한다.

패배의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부정적 요소 또한 적지 않다. 1988년과 2008년, 패배로 끝난 두 번의 대권 도전에서 드러난 연설 표절시비와 말실수들은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두 번 모두 조기하차였는데 주요원인 중 하나는 저조한 모금이었다. 작은 주 델라웨어 상원의원인 그에게 모금은 언제나 문젯거리였고 모금능력 부족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공식출마를 선언하는 바이든이 “0 달러로 시작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뉴욕타임스는 이미 2,660만 달러를 모은 경선의 최대 라이벌 버니 샌더스의 자금력을 따라 잡으려면 바이든은 오늘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매일 10만 달러 이상 모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소액 기부가 대세인 요즘이지만 풀뿌리 조직이나 소액 기부자 명단이 없는 바이든은 전통적 민주당 모금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한다. 바이든이 ‘빅 머니’에 의존할수록 부유층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리버럴 진영의 역풍을 맞을 위험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소액 기부자 못지않게 수표를 보내는 오프라인 소액 기부자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으니 희망은 있다.


아마도 바이든의 최대 약점은 46년 정치생활에 딸려온 흠집 많은 과거경력이 될 것이다. 1970년대 인종통합 버싱 반대에서 흑인들에게 불평등을 초래한 마약범죄 처벌강화법 추진, 이라크 전쟁 찬성, 성추행 피해 증인 아니타 힐에 대한 성차별 분위기가 역력했던 클레어런스 토머스 대법관 인준청문회…당시엔 무난했던 견해와 경력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지금은 용납되기 힘든 약점이 된 것이다.

76세라는 나이 말고도 바이든의 최대 도전은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현재의 프리즘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보지 말라는 설득이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한다.

분열의 시대에 단합 희망을 줄 수 있는 바이든의 초당적 협조 능력도 요즘의 민주당에선 ‘투지 부족의 유약한 중도’로 몰릴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에게 다행인 것은 민주당 유권자의 54%가 자신을 ‘중도파’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12월 갤럽조사 결과다.

여론조사가 셀린다 레이크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자신이 가장 끌리는 후보가 트럼프를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후보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현재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한 민주경선 주자들의 지지도 평균에 의하면 바이든이 29.3%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위 샌더스 23%, 3위 해리스 8.3%, 4위 피트 부트저지 7.5%, 5위 엘리자베스 워런 6.5%, 6위 오루어크 6.3%로 이어지고 있다.

선두주자의 입지와 높은 호감도는 뜨거운 선거전의 열기 속에서 언제라도 곤두박질 칠 수 있다. 강점도 약점도 많은 긴 세월을 등에 지고 출발하는 바이든의 앞길은 젊어진 리버럴의 표밭에서 고령의 중도파인 그가 자신의 입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박록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