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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택도 없어!

2019-03-30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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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 anyone provided proof of God’s inexistence? Not even close.

누구라도 신(神)의 부재(不在)에 관한 증거를 제시한 적이 있는가? 턱도 없는 말씀.

Not even close! 택도 없다. 어림 없는 말씀! 전혀 거리가 멀어. 턱없는 거짓말! 어처구니 없는 말씀. 그럴 ‘턱’이 있나.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Not even close!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전혀 가깝지도 않아. 택도 없어! ‘어림없다’는 말의 사투리가 ‘택도 없다’ 라는데, 사실 표준어는 ‘턱도 없다’가 맞는 표현. 그럼에도, “택도 없어!”라고 쎄게 내뱉어야 제 맛이 나는 걸 어쩌랴.


어쨌거나[Anyway], ‘택도 없다’는 기분에 한(限)껏 공명케 하는 글귀를 읽다가, 진짜 그렇구나! 하며 ‘택도 없지!’를 연발합니다. 미국 태생 저술가이며 또한 수학자인 데이빗 벌린스키(David Berlinski)의 명철한 문장들 덕분인데요. 몇 년 전[2008], 출간된 “The Devil‘s Delusion: Atheism and Its Scientific Pretensions”이란 그의 책 속에 나오는 내용. 제목부터 심상치 않죠. 이미 2006년,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그토록 악명(?) 높은 제목의 저술 “The God Delusion”이란 책으로 세상을 한바탕 시끄럽게 한 바 있기에, 더더욱 “The Devil’s Delusion”이란 제목부터 여간 만만찮게 다가오는 게 아닙니다. 한번 제대로 붙어 보잔 것. 그래서, ‘택도 없다!’는 뜻의 “Not even close!”를 여러번 반복적으로 선언하며 날쌘 펀치를 날립니다.

신(神)이 만들어진 망상이라구? 먼 말? 그렇담, 신이 없단 걸 제대로 증명한 넘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Has anyone provided proof of God’s inexistence? Not even close. 신의 존재를 따지기 전에, 신이 없다는 걸 거꾸로 증명해 보이란 역발상? 그러면서 이어갑니다.

Has quantum cosmology explained the emergence of the universe or why it is here? Not even close.

‘양자 우주학’이란 게 우주의 출현이나 또는 왜 우주란 게 존재하는지 설명한 바 있던가? 어림 없는 말씀.

양자 물리학이니 양자 우주학이니 그럴듯한 과학적(?) 발상과 논리로 우주의 탄생을 무슨 진화론적 입장에서 정리하려는 노력이 부단히 이어져 왔지만, 그렇다고 신(神)의 존재 또는 비존재/부재를 딱히 증명할 만한 뾰족한 수(數)라도 있었단 말인가? Not even close!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별 수(數) 없이, 그저 한 소리 또 하고 그 소리들 위에 또 개 풀 뜯어먹는 소리나 더하는 게 그저 ‘마귀의 망상’[The Devil‘s Delusion]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Not even close!

철학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외친 바 있거니와, 니체가 죽은 후 신은 차마 “니체는 죽었다”고 말씀한 바 없다던가. 어쨌든, 철학이나 종교가 어떤 이론이나 가설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해도, 신의 실존(實存)이란 이미 과학을 넘어선 ’형이상학‘[meta-physics]의 영역 아니던가. 그러니, 제 아무리 헛-똑똑한 과학자들이 이런저런 정당화 논리를 되새김 한들, 그 누구 하나 인간의 종교적 신념을 비합리적이라 비판할 수 있으랴. 턱 없네. Not even close! 그렇게 나름대로 무신론의 과학적 위선을 꽤 아프게 꼬집은 수학자 벌린스키, 이렇게 일단락 짓고 있네요.

Is scientific atheism a frivolous exercise in intellectual contempt? Dead on!


과학을 앞세운 무신론이란 게 지성을 경멸하는 시시껄렁한 수작 아니던가? 바로 그거라구!

과학적 무신론이란 그저 시시하게 까부는 지성적 모욕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Dead on.! 바로 그것! “데드 온!” 제대로 정곡(正鵠)을 찌른 질문이란 것. 한마디로, 헛소리 그만 하란 것. 이러쿵저러쿵 한들 모두 ’턱 없는‘ 소리! Not even close! 이럴 때 한마디 하기에 진짜 딱 좋은 표현?

Cheers!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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