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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 명품 박테리아

2019-03-27 (수) 12:00:00 신해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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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명품 박테리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번역은 잘못한 것 같은데 그냥 놔두려고 한다. 얼마 전 산호세 머큐리에서 Designer Bacteria 라는 제목의 기사를 잠간 훑어보았다. 굳이 한국말로 바꿀 이유는 없다만 그러려고 하다 보니 원어보다 훨씬 멋있어 보인다.

Designer Bacteria는 이름 그대로 어떤 목적 하에 원하는 방향으로 어떤 박테리아의 기능을 바꾸는 거다. 예를 들어 피부에 균이 들어가 가렵든가 염증이 생겼다할 때 이를 치료하는 해결사 기능을 가진 박테리아 (약)를 만드는 거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건 기본의 기본이다.

몸속 깊은 곳 어떤 고장난 기관을 생각해보자. 이런저런 치료도 안 되고 칼도 안 되고 레이저도 안 된다. 이럴 때 명품 박테리아가 그 위력을 발휘한다. 사람의 몸에는 그 크기에 따라 평균 30 내지 40 조의 세포가 있단다. 그런데 이중 80%가 적혈구에 들어있는데 적혈구는 몸 전체의 4%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마치 미국인구의 빈부차이를 반영하는 것 같기 도하다.


단 4%가 80%를 장악한다. 그런데 사람의 몸에는 또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있단다. 자그마치 세포의 다섯 배. 그러니까 40 조에 곱하기 다섯을 하면 200 조가 된다. 여기에 세포를 합치면 240 조의 박테리아와 세포가 한사람 몸속에서 부글부글 서로가 밀치고 받으며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가하면 10대1로 박테리아가 많다는 학설도 있다. 그렇다면 400 조.

이렇게 많은 박테이라와 세포가 서로 놀다가 싸우다가 어디가 삐끗하면 간에도 병이 가고 허파에도 병이 가고 허리가 삐다닥 해지고 아마 이러는 건가보다. 여기에 명품 박테리아가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명품 박테리아의 영역은 사람 몸속만이 아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만드는 옷감 색깔에도 코를 내민단다. 포도주나 맥주도 자유자재로 맛과 색깔과 향을 조정한다. 비료를 대신하는 값싸고 무공해 무언가를 만들어서 몬산토같은 다국적 자이언트 비료회사를 문 닫게 할 수도 있단다.

이건 다만 한두 가지 예에 불과하다. 명품박테리아의 용도는 이세상이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만큼 늘어날 거다. TV 범죄 드라마 “Law & Order” 에서 며칠 전 보았다. 범인체포에 하느님 같은 DNA 가 조작되는걸 보았다. “뭐, 한국 홈드라마에서 항상 보는거 아닌가요?” 이렇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그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다르다는 이유는 치사하게 자료를 바꿔치기 하는 게 아니라 DNA 자체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에서 이것까지 쇼를 한건지도 모르겠다만 멀쩡한 사람의 DNA 가 멀쩡한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범죄 망에서 벗어난다. 아마 진짜일거다. DNA를 개발했으면 이를 조작하는 기술도 분명히 가능할 테니 말이다.

옛날 모기 생각이 난다. 플로리다 남방에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떼를 없애기 위해 과학자들이 소매를 걷는다. 수컷 모기들을 완전히 수정불능으로 조작한다. 그러니 아무리 혈기 넘치는 젊은 모기들의 왕성한 사랑과 끝없는 로맨스에도 후손들은 끝. 그래서 전염병을 소탕했다는 실제 기록이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지금은 명품 박테리아를 직접 인체에 투입하는 무대로 발전했단다. 그중 하나가 이름하여 “Synthetic Biotic” pill. CCTV 에서 위성으로 작동되는 블랙 Box 가 되는거다.

이는 100 조 명품 박테리아를 캡슐에 넣어 비타민같이 먹는 거다. 내년부터 인체 실험이 시작된다는데 아찔해진다.

어쩌면 AI가 명품 박테리아를 부리면서 세상을 지배 하게되면 인류가 여지것 지켜온 먹이사슬 최고봉에서 두 번째 세번째로 떨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신해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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