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그랬구나!”

2019-03-26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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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에 시달린다. 왜냐하면 가정과 사회에서 설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한몫한다. 인간관계를 새로 맺을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찌 외롭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고민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 배우자는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 기쁨을 함께 나눌 가족과의 관계는 더욱 중요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으로 ‘친구’, ‘배우자’, ‘가족’ 등의 관계가 손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하고의 관계는 한 번 틀어지면 회복이 결코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인생후반기 부부들이 제일 심각한 것같다. 날이 갈수록 황혼이혼이 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수록 말하지 않고 사는 것에 익숙한 부부들이 제법 눈에 띈다. 이런 아내들 대부분은 “말만하면 싸우니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사는게 편하다”는 식이다. ‘자식보고 참고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며 인내해야 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한 술 더 뜨는 한인사회만의 주변상황에 대놓고 하소연도 못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힘들다고 하면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다른 집이라고 별 다른 줄 알아?”라고 말한다. 입에 거미줄을 치고 사는 아내들이 그렇다.


“결혼 생활이 몇 년째인데 아직도 말을 해야 아나?”. 이런 생각으로 말을 아끼며 사는 남편들도 있다고 한다. 결혼생활을 수십년 했더라도 말을 안 하면 어찌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속마음은 커녕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기 일쑬게다. 그렇게 살다간 참으로 헤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사는 남편들은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이다.

침묵하며 사는 남편들보다 아내를 신뢰하지 않아 더욱 위태롭게 사는 남편들도 있다고 한다. 습관적으로 아내의 말에 “그럴리가 있나”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남편들을 말함이다. 그들은 아내가 무슨 말만하면 으레 ‘그럴리가 있나!’로 반응한다. 뒤에는 ‘당신이 잘못 들었겠지!” “당신이 잘못 봤겠지!”, ‘당신이 잘못 알았겠지!” 등을 붙이는 식이다. 남편에게 단 한번도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아내들은 결국 헤어짐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럴리가’ 남편들은 하루빨리 ‘그랬구나’ 남편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길만이 이혼 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부부가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쌓였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대화부재는 감정의 왜곡을 통해 비극으로 치닫는다. 대화없이 자기식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부정적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간다. 죽을 때까지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언제나 부부는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대화는 마음과 서로의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통로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진짜부부’다. 부부대화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무엇보다 불만으로 잠긴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대화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배우자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꼽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배우자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에 머물 때는 비난이나 공격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상대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아~그랬구나, 당신 마음이 그랬구나!’라는 대화를 습관적으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아내가 “난 당신이 늦게 와서 화가 났어”라고 말할 때다. “뭘, 그런걸 가지고 화가나!, 알았어 앞으로 일찍 올게”하지 말고, “응, 그랬구나! 당신 마음이 그랬구나. 내가 늦게와서 화가 났구나, 내일은 일찍 들어올게”로 받아주라는 것이다. 결국은 대화 속에서도 내 입장을 이해해주고 내 감정을 공감해주는 배우자와 산다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보다 더 귀하다는 의미다.

입에 거미줄 치고 사는 아내들, 입에 자물쇠 채우고 사는 남편들이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감정을 공감해주는 ‘아~그랬구나!’라는 긍정의 대화를 습관적으로 하기를 권한다. 소통이 되면 아무리 심한 고통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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