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위탁아동은 한인이 보살펴야

2019-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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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부터 학대받고 버림받아 가정에서 분리되는 위탁아동이 한인사회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가정폭력이나 이혼, 질병, 빈곤, 혹은 중독자 부모의 학대나 방치로 인한 희생자들이다.

위탁아동은 미전국적으로도 2012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지난해 43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주류사회에서는 오피오이드 마약 중독자가 크게 늘면서 자녀를 버리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발표다. 마약과 도박 등 중독문제는 한인사회에서도 심각해지는 추세라 위탁아동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가정문제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이유로도 위탁아동은 발생한다. 차에서 잠든 아이를 잠깐 놔두고 우유를 사러 갔다가 주위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 집에 혼자 있는 어린 자녀의 존재가 이웃에 알려지는 경우에도 아이는 부모에게서 분리돼 아동보호국에 의해 위탁가정으로 보내진다.


문제는 한인 1세 부모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타인종 가정에 맡겨지면 언어와 음식, 문화 차이로 적응하지 못해 심리적 정서적 물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진 충격을 추스릴 여유도 없이 낯선 공간에서 낯선 타인종 가족을 만나 느끼게 될 두려움과 소외감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트라우마가 심하면 음식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현재 LA와 OC에서 카운티 아동보호국의 보호 아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한인 아동은 약 100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인 위탁가정이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은 50명 정도, 나머지 절반은 비한인 가정에서 살고 있다.

전국통계를 보면 위탁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동의 40~50%는 고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66%는 18세 성년이 되어 위탁가정을 나선 후 곧바로 홈리스가 되거나 범죄에 연루돼 감옥으로 가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가 아동보호국과 연계하여 한인 위탁가정 참여 캠페인과 위탁아동 후원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다.

한인사회는 교육수준이 높고 이제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이민공동체다.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품어 건강한 시민으로 키워내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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