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말라 있을 때의 Escondido Canyon Falls.
남가주에서 등산을 취미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이 익숙한 산맥이나 사막의 규모를 호기심 충족차원에서 그 면적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Mojave사막은 그 면적이 47,877평방마일로, 38,691평방마일이 되는 대한민국(남한)의 약 1.2배의 크기가 된다. 이 가운데는 5,270평방마일이 되는 Death Valley National Park이 포함된다. Ventura County에서 Monterey까지의 해안 가까이에 걸쳐 있는 Los Padres National Forest는 2,970평방마일로 714평방마일이 되는 제주도의 4.2배 규모가 된다. Big Bear호수가 있는 San Bernardino산맥은 2,063평방마일로 제주도 크기의 2.9배가 되며, 우리 LA의 북동쪽에 인접하고 있는 San Gabriel산맥은 970평방마일로 제주도의 1.4배가 된다. Orange County의 동쪽에서부터 San Diego County까지 점점이 퍼져있는 Cleveland National Forest는 720평방마일로 제주도와 비등하고, Joshua Tree National Park은 1,235평방마일로 제주도의 1.7배가 된다. 또 Anza Borrego State Park은 916평방마일로 제주도의 1.3배 정도가 된다. 이 밖에도 San Jacinto, Santa Rosa산맥은 합하여 437평방마일로 제주도의 0.6배이고, Santa Monica산맥은 162평방마일로 제주도의 0.2배 쯤이 된다.
참고로 우리가 보통 남가주라고 하면 가주 전체의 58개 County 중에서 남쪽에 위치한 10개의 County, 즉 San Luis Obispo, Kern, Santa Barbara, Ventura, Los Angeles, San Bernardino, Riverside, Orange, San Diego, Imperial을 의미하는데, 면적으로는 가주 전체면적 155,959평방마일의 36%가 되는 56,512평방마일이 되고, 인구(2013년 기준)로는 가주 전체인구 36,757,000의 61%인 22,422,700가 된다.
기억하기 쉽도록 개략적으로 단순화하여 비교하자면 인구면으로는 남가주가 북가주의 1.5배가 되고, 면적으로는 북가주가 남가주의 2배가 된다고 말 할 수 있을 듯 하다. 대한민국과 비교해보면, 가주전체의 면적은 한국의 4배, 북가주는 2.5배, 남가주는 1.5배가 되며, 인구로는 한국이 가주 전체의 1.4배, 북가주의 3.5배, 남가주의 2.2배가 된다.
오늘은 남가주의 인근 산맥 중에서 가장 낮고 가장 작지만 가장 가깝고도 가장 편안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 Santa Monica산맥을 찾아가기로 한다.
이 Santa Monica산맥을 일거에 개괄적으로 일별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Backbone Trail (BBT)의 전 구간에 걸친 종단산행을 들 수 있지만, 이 코스는 전장이 동서로 68마일에 달하므로 보통은 3~4회로 나누어서 산행을 하게 된다. 이 BBT는 동쪽의 Will Rogers State Historic Park에서 서쪽의 Point Mugu State Park에 이르는 능선의 전 구간에 걸쳐 경사가 완만하고 산과 바다, 숲과 초원이 조화를 이루는 대단히 아름다운 등산길로 Santa Monica산맥의 큰 자랑이고 우리 LA의 소중한 보배라고 하겠다.
오늘은 비록 이 BBT는 아니지만, BBT가 지나는 구간의 중간쯤의 위치로부터 태평양이 있는 남쪽면으로 떨어지는 빗물들이 모여져 아주 특이한 폭포를 이루고 있는 Escondido Canyon을 찾아가기로 한다. 태평양을 잘 조망할 수 있어 일부 부유층이 주거지로 선망하는 Malibu 지역에 있는데, 왕복 3.4마일에 순등반고도가 500’에 불과하여 누구라도 무리없이 다녀올 수 있는 쉽고 편안한 코스로, 산행이라기보다는 소풍이란 말이 더 적합할 듯도 하다.
이 계곡의 이름인 ‘Escondido’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숨은’ 또는 ‘숨바꼭질’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렇게 깊은 계곡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의외로 대단히 볼만한 폭포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는 단계별로 2개의 폭포가 있는데, 처음의 앞에 있는 폭포는 15m쯤의 높이로, 폭포까지 아주 쉽게 닿을 수 있는데 비해, 두번째의 폭포는 45m 내외의 높이가 되면서 이 폭포가 있는 곳에 오르기가 다소 어렵다는 점에서도, 대다수의 산객들은 앞의 폭포만을 보는 것으로 산행을 끝내는 듯하다.
또 자칫하면 앞의 폭포에 다다르되 그 뒤로 하나 더 있는, 특이한 폭포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더욱 ‘Escondido’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등산로상에서 보게 되는 말리부의 캐년과 저택들
▶ 가는 길LA한인타운에서는 Fwy10 West를 타고 종점까지 가서 1번 도로인 PCH North로 진입한다. 망망한 태평양의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도로를 달려서 Malibu지역에 이르면 오른쪽 도로변으로 싱그러운 잔디밭이 넓게 조성되어있는 Pepperdine University가 나온다. 이곳에서 계속 PCH를 따라 4.5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Winding Way라는 도로표지판을 보게 된다. LA한인타운에서 약 31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곧바로 왼편에 자그마한 주차장이 있는 것이 보인다.
수용규모가 10여대에 불과한 미니 주차장이므로, 빈자리가 없으면 PCH 도로변의 안전한 곳에 주차해도 무방하다. 단, 여기서 차를 타고 Winding Way로 더 들어가더라도 주차공간이 전혀 없으므로, 반드시 이곳 어딘가에 차를 세워 둬야 한다.
폭포주변의 풍경
▶ 등산코스등산은 북쪽으로 나있는 Winding Way를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편도 1.7마일의 코스를 먼저 개관하자면, 대략 1마일 정도는 아름다운 주택가의 넓은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고 내리되 전반적으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구간이 되고, 남은 0.7마일 정도는 향기롭고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는 Escondido Canyon의 숲길을 통해 북서쪽으로 반듯하게 나아간다.
등산시작점에서 북쪽으로 난 포장도로에 들어서면, 길가에 ‘Trail’이라고 쓰인 팻말이 때로는 도로의 왼쪽으로 또 때로는 오른쪽으로 걷도록 안내해 준다. 아마도 도로가 이리 저리 굽어지는 형국이라서 빠르게 지나치는 거주민들의 차량으로부터 산객들을 보다 더 잘 보호하려는 배려가 아닌가 싶다.
도로의 양쪽으로는 완만하게 경사진 부드러운 언덕들 위로 띄엄띄엄 자리를 잡은 커다란 저택들이 바로 앞에 있는 푸른 바다를 향해 서있는 광경에서, 이곳이 바로 나름대로의 부와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 마을 Malibu임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운 수목들로 꾸민 아름다운 집들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이따금 뒤를 돌아보면 이내 푸른 바다의 수평선이 한 눈에 들어와 마음이 절로 산뜻해 진다.
20분쯤 걸어가면 돌연 시야가 넓어지며 큼직한 산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는 산줄기와 계곡줄기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 내리막이 된다. 주로 덤불류의 식물들이 점점이 박혀있는 둥그런 산봉우리들 위에는 하나 아니면 둘 정도의 집들만이 지어져 있는 고립된 모양새이다. 결코 이웃이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을 듯한 저런 곳에서 산다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고독일까를 가늠해 보게 되는데, 북적대는 LA한인타운이 마냥 좋다고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는 나 정도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또다른 어떤 지경일 것이다.
저만치 발 아래로 키큰 수목들이 한줄로 Green Belt를 이루며 왼쪽 산줄기 안으로 깊숙히 이어져 들어가는 곳이 Escondido Canyon이다. 건기가 아닐 때는 계곡에 물이 흐르기에 California Live Oak, Sycamore, Willow 등의 수목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겠다.
계곡을 향해 포장도로를 조금 더 내려가면 왼쪽 길섶에 관할당국에서 세운 큰 간판이 있는데, ‘Edward Albert Escondido Canyon Trail and Waterfalls’라고 씌여있다. 관할당국에서 이 공원에 Edward Albert라는 이의 이름을 부여한 것인데, 이에 얽힌 사연을 이해하는 일도 이곳을 찾는 방문객으로서 작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Edward Albert(1951~2006)는 2대에 걸친 배우였는데, 그 부친인 Eddie Albert(1906~2005)는 1953년에 흑백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이제는 당당히 고전명화의 반열에 들어있는 ‘로마의 휴일’에서, 남자주인공 Joe Bradley(Gregory Peck분)의 동료인 Irving Radovich로 나와 Princess Ann(Audrey Hepburn분)의 사진을 몰래 찍는 순진한 사진기자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이렇듯 유명한 배우였던 부친의 영향이었는지, Edward는 15세가 됐을 때부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하여, 21세 때인 1972년에는 ‘Goldie Hawn’과 출연한 ‘Butterflies are free’라는 영화로 Golden Glove상을 받는 등 120편 이상의 영화와 TV에 출연했던 배우였다고 한다. 폐암으로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30여년을 이곳 Malibu의 Ranch에서 살면서 바다와 산과 계곡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일에 적극적이었고 또 이 지역의 원주민이었던 Chumash인들의 토착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이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경주했다고 한다.
특히 99세를 일기로 2005년에 별세한 부친을 위해 10년이 넘도록 간병을 매우 지극히 하였다고 하는데, 부친이 떠난 이듬해에 곧 자신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더욱 애잔한 느낌을 자아낸다.
포장도로의 내리막길을 다 내려온 지점에서 포장도로를 벗어나서 작은 Creek을 건너서 왼쪽인 북서쪽으로 나있는 등산길을 따라간다. 아름답게 굴곡진 Oak Tree가 무성한 산길은 그늘도 좋다. 가끔씩 Sycamore, Willow, Laurel Sumac 등이 나타난다. Black Sage가 무성한 길에는 향기가 그만이다. 계곡 안으로 나있는 등산길은 대체로 개울을 따라 폭포쪽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므로 계절에 따라서는 몇번 물이 흐르는 작은 시내를 건너기도 한다.
오래지 않아 큰 키의 Oak Tree와 Sycamore가 몇그루 서있는 막다른 곳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눈앞에 있는 15m 내외 높이의 폭포가 절벽되어 길을 막는 것이다. 건기에는 물 흐름이 없으나 우기에는 고드름처럼 아래로 늘어진 흙과 이끼를 타고 여러 갈래로 물이 흘러내리는 모양의 폭포(Cascade)가 된다. 얼핏보면 이곳이 이 등산길의 끝인 듯 하다. 그래선지 대개의 산객들은 공기가 청량하고 녹음이 짙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바로 하산길에 나서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곳은 본격적인 폭포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 셈이며, 이 폭포 뒤에 독특한 모양의 아름다운 3단 폭포가 숨어있다. 아랫폭포에서 윗폭포까지는 300m정도의 가까운 거리이지만, 여기서부터는 오르는 길이, 지금까지 아주 쉬웠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험하다.
아랫폭포의 오른편 언덕을 잘 살피면 사람들이 오르내린 자취의 산길이 뚜렷한데, 경사가 급하여 자칫하면 미끌어져 다칠 염려가 있고 또 앞서가는 사람으로 인한 낙석의 위험도 있으므로, 행동이 날렵하지 않은 사람은 윗폭포로의 산행은 삼가야 겠다. 일단 벼랑같이 가파른 언덕위에 올라서면 이와 유사한 경사진 등산길이 이리저리 나있는데 어느 갈래라도 서로 만나게 되어 결국엔 윗 폭포에 이르게 된다.
이윽고 우리가 흔히 보던 폭포와는 크게 다른 독특한 모양의 폭포가 눈앞에 나타난다. 주렁주렁 아래로 늘어져 매달려있는 흙과 이끼의 줄기를 타고 45m쯤의 높이로 부터 3단계의 낙차를 이루며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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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