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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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파스칼에게 듣는다

2019-03-19 (화) 12:00:00 박주리(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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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유명한 저서 ‘팡세’에서 ‘도박이론’이라는 흥미로운 논리를 전개했다. 신이 있냐 없냐를 놓고 내기한다면 신이 있다는 쪽에 거는 편이 언제나 유리하다는 것이다. 신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인간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신의 존재가 인간에게 미치는 결과를 정리해보면 4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1)신을 믿었는데 실제로 신이 존재한 경우.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천국을 소유한다. 모든 것을 얻게 되는 최상의 경우이다. 2)신을 믿었는데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약간의 손해가 있다. 세속적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시간적 금전적 손해이다. 3)신이 없다고 믿었는데 신이 존재한 경우.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최악의 경우이다. 4)신이 없다고 믿었는데 신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 이익도 손해도 없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의 투자 제 1 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투자와 도박은 불확실한 (미래의) 돈을 얻기 위해 (현재의) 확실한 돈을 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건 돈으로 더 큰 돈을 따는 것이 목적인데 걸었던 돈마저 잃는다면 실패한 투자이다. 즉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재정업계의 인덱스 이자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상품이다. 주가 지수가 올라갈 때 상한선을 정해 더 이상 올리지 않는 반면, 주가 지수가 아무리 내려가도 하한선을 설정해 원금을 잃지 않도록 지켜준다. 투자의 수익성은 활용하고 위험 요소는 제어해 줌으로써 안정적인 돈의 증식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도박이론’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학자 파스칼이 중병에 걸려 요양하던 중,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임에도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풀어보고자 시도한 논증이다. 복잡한 인문학적 주제를 수학적 단순성으로 풀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인간의 선택과 그 결과를 명쾌하게 정리한 것은 뛰어난 통찰력이라 하겠다. 그는 팡세에서 신을 믿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이 있다는 쪽에 내기를 걸어라. 이긴다면 무한한 행복을 얻을 수 있고 진다 해도 잃을 게 없지 않은가. 주저하지 말고 믿기를 선택하라.”

<박주리(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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