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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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존재 불변의 법칙

2019-02-26 (화) 12:00:00 박주리(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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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가 히트를 쳤다. 죽은 혼령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며 못다한 사랑을 나누는 로맨스를 담았다.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한 공간에 담아냄으로써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끌어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이 죽는 순간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다. 한 겹이었던 인간의 형체가 죽음과 동시에 몸과 영혼, 두 겹으로 분리된다. 몸은 죽은 채 이 세상에 남아 있고 영혼은 여전히 살아서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활동한다. 죽음은 존재성의 중단이 아니라 존재성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발상이다. 나아가 사람의 존재성은 몸보다 영혼에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생각, 판단, 감정은 영혼의 영역이다. 존재성이 몸의 죽음으로 중단되지 않는다면 살아온 삶에 대한 책임도 영혼과 함께 영원히 가는 것이라 하겠다.

우간다 북쪽은 오랫동안 반군의 피해가 심각했던 지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난민촌을 형성했다.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 같던 기대와 달리 난민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기까지 그곳에서 열악한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난민촌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자녀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나 꿈이 없었다. 구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받는 것이 사는 이유인 듯 보였다. 반군 세력이 마침내 축출되고 평화가 찾아왔다. 난민촌이 해체되고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난민 근성을 버리지 못한 젊은 세대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지 못한 것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인간은 세상이라는 장에 “던져져” 한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때가 되면 예외없이 그 장에서 밀려난다.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없기에 생명에 관한 한 인간은 완벽히 수동적인 존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인식과 죽음에 대한 자각을 통해 인간은 삶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한다. 자신이 처한 한계 상황을 직시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주체적 삶의 의욕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이 살아갈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능동적인 선택이 가능하고 그렇게 형성된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책임성이 부여된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그리고 죽은 후 또 다른 차원에서도 여전히 ‘나’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주리(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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