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가 문제로다

2019-02-06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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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엊그제 CBS-TV의 ‘Face The Nation’ 프로에 출연해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을 믿을 수가 있을까. 그는 근본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론자다. 선거 때부터 주한미군 무용론을 주장해 왔으며 지금도 사석에서는 주한미군 무용론을 공공연히 언급한다는 것이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보좌관 등이 전하는 소문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트럼프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우리는 그의 돌발적인 행동을 보지 않았던가.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언급했고 미군철수 운운했는가하면 북미회담 성명내용도 북한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일방적인 내용이었다.


만사 너무 파격적이다. 그는 자신의 협상력을 과신해 즉흥적인 포퓰리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는 미국최우선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위기를 땜질하는 해결사적 처신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이는 스타일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표를 얻기 위해 ‘자녀들을 집으로’(Bring them home)‘라는 슬로건을 내건다면 어떻게 될까.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더구나 그는 러시아의 선거개입 문제와 관련하여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고 펠로시의 민주당은 경우에 따라 탄핵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지금 사면초가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협상에 호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만약 2차 북미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트럼프는 전면에서 후퇴하고 참모들에게 북미협상 문제를 맡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온건파 참모들은 다 트럼프 곁을 떠나고 지금의 참모들은 초강경파들이라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한반도에 예기치 못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지나치게 트럼프 요소와 연결되어 있다. 더구나 트럼프는 CBS 방송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대해 “CIA 국장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미국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북한을 평가하고 있으니 북한이 미국에 도달하는 ICBM만 포기한다면 핵보유국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어제 CBS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8%가 1차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축소하지 않았다면서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미국인 상당수가 2차 북미회담에 반대한다는 소리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스탠포드 대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를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 ‘미국의 상응조치’는 무엇일까. 아마도 미국이 북한에 안겨줄 선물(상응조치)은 종전선언이 아닐까 싶다. 비건 대표가 스탠포드 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휴전 중인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발언내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트럼프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유지해온 미국의 동맹 체제를 허물고 있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한국이 믿을 수 있는 우방국가의 지도자인가 의심이 갈 지경이다.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의 리스크로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문제다. 솔직히 말해 북한보다 트럼프가 더 예측불허인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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