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당 대선의 ‘첫’ 선두주자

2019-01-31 (목)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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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민주당 대선가도의 이번 주 스타는 단연 카말라 해리스였다. 일찌감치 달아오르기 시작한 경선 열기 속에서 캘리포니아의 연방 상원의원 해리스가 ‘첫’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치밀한 전략 하에 빈틈없이 진행된 해리스의 출마선언 행보는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목사 기념일인 21일, ABC-TV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출마를 선언했고, 27일 고향인 오클랜드에서 2만여 지지인파가 열광하는 대선 출정식을 가졌으며, 28일엔 첫 대선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전국에 생중계된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 참석, CNN의 단독후보 타운홀 미팅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CNN은 195만7,000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했다.

출마선언 후 첫 24시간에 온라인을 통해 3만8,000명으로부터 총 150만 달러의 기부금이 쏟아졌고, 미디어들은 다투어 초반 선두주자 탄생을 전했다. 롤링스톤지의 2020 민주경선 순위표와 온라인 대선베팅사이트에서 각각 1위로 치솟았으며, 29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9% 조 바이든에게 1포인트 뒤진 2위를 차지해 선두권에 진입했다.


대표적 반트럼프 진보 정치인에 속하는 해리스의 “정책은 유니크 하지 않다. 그러나 프로필은 유니크 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한다. 법대 출신의 흑인혼혈 상원의원이어서 종종 ‘여자 오바마’로 비유되는 54세의 해리스는 자마이카 유학생 흑인 아버지와 인도 외교관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어린 시절 스탠포드대학 경제학 교수인 아버지와 UC버클리 유방암 연구원인 어머니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살며 자립성과 마이너리티로서의 정체성을 키웠다.

흑인 명문 하워드 유니버시티와 UC 헤이스팅스 법대를 졸업한 후 북가주에서 검사로 출발, 샌프란시스코의 첫 여성 검사장, 캘리포니아의 첫 여성 검찰총장을 거쳐 2016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오바마가 “전국에서 가장 미인 검찰총장”이라고 찬사를 보낸 미모와 지성, 오랜 검찰 경력에서 익힌 터프한 카리스마에 침착한 설득력과 호소력 강한 스피치 능력까지 갖춘 그는 오래 전부터 ‘민주당의 미래’로 기대를 받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아메리카”를 강조하며 공동의 가치관을 지키는 “국민들을 위한 투사”가 될 것을 천명한 그의 정책 목표엔 진보의 어젠다들이 거의 포함되어 있다. 이번 타운홀 미팅 이후 핫이슈로 떠오른 ‘메디케어 포 올’에서 기후변화, 총기규제, 서류미비자의 시민권 취득 기회, 중산층 감세, 경제 불평등 해소…아파트 세입자들을 위한 택스크레딧 제안도 눈에 뜨인다.

단거리 경주 아닌 장거리 마라톤인 대선의 전략은 후보마다 다르다. 조 바이든이나 버니 샌더스 등에 비해 전국적 지명도 낮은 해리스는 초반 전력질주 작전을 세웠다고 애틀랜틱 지는 분석했다. 많게는 30명의 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선에서 초반 우위를 선점한 후 미디어의 조명권 안에 머물며 선두그룹 유지를 지켜가려는 것이다.

장단점이 있다. 일단 선두권에 들어오면 돌발 추락하지 않는 한 다른 후보들도, 미디어도, 여론도 관심을 거두지 않는다. 선두권 진입을 모멘텀 삼아 모금에도 탄력이 붙는다. 그러나 높은 기대치에 대한 부담과 함께 검증도 강화된다. 이미 해리스에게도 검찰 시절 형사제도 개혁을 외면하며 흑인민권을 등한시 했다는 진보 일각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해리스 진영은 계속 선두권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계층에 폭넓게 어필하는 현대적 후보이며 ‘전국정치 경험부족’이라는 약점보다는 70대의 선두권 잠룡들보다 20년이나 젊은 ‘뉴페이스’임이 돋보이는 그녀 자신의 프로필이 무엇보다 큰 무기다.

오바마 승리의 동력이었던 흑인·젊은층·이민자 표밭의 지지도 높다. 특히 고학력 흑인여성과 인도계 표밭이 기댈 만하다. 가장 부유한 마이너리티로 꼽히는 인도계의 지원이 1억 달러 이상이 필요한 경선에서 캘리포니아의 기부자들과 함께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캘리포니아 경선이 6월에서 3월로 앞당겨진 것도 해리스에게는 유리하다. 예상대로 1위를 하면 상당수의 대의원과 미디어의 집중보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첫 경선인 내년 2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까지는 아직 368일이나 남았다. 그동안 일부 후보는 낙마할 것이고 예상치 못했던 스타탄생도 있을 수 있다. 새로운 선두주자들의 부침이 계속되면서 해리스도 흔들릴 것이다. 바이든은 출마와 함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할 것이고, 코리 부커 상원의원이 합세하면 흑인표가 갈릴 것이며 ‘텍사스의 돌풍’ 베토 오루크가 뛰어들면 젊은 표가 대거 쏠릴 것이라고 CNN도 지적한다.

아이오와 타운홀에서 한 주민이 “트럼프를 이기려면 남성후보가 더 유리하다”는 주장에 대해 물었다. “유권자는 현명하며 누가 최선의 리더인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에 근거해 투표할 것”이라는 흠잡을 데 없는 답변으로 해리스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의 ‘정답’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실망했던 유권자들의 속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을까…이 대답이 여성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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