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산행과 김장 이벤트
2019-01-25 (금) 12:00:00
방무심/프리몬트
내가 몸담은 산악회에서 특별한 산행 안내를 보고 참가하게 되었다.
오전에 산행을 마치고 오후에는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좋은 회원 집 뒤 뜰에서 30여 명이 함께 김치를 담근다는 아이디어는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신선한 이벤트였다. 김치의 역사는 문헌상으로 지금부터 대략 3000년 전의 중국 문헌인 ‘시경(詩經)’에 오이를 이용한 채소절임을 뜻하는 것이 김치에 대해 언급한 최초의 문헌이라 한다.
김치란 한국인에게는 한글이나 태극기, 한복, K-팝 못지않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김장 문화를 인류 무형 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한국인의 친척과 공동체가 대량의 발효식품인 김치를 담그는 이러한 문화 배경 때문이다. 김장이란 이웃과 나눔 문화의 대표적인데 오늘은 오랜만에 해외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김장 문화 추억을 회상해 보는 좋은 이벤트였다. 지금 고국에서는 핵가족 시대에 맞추어 김장이란 공동체 나눔 문화의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추억을 잃어가는 듯하다.
모처럼 궂은 날씨를 밀어내고 맑은 하늘 아래 낮은 능선을 따라서 오전 산행을 맞추고 서둘러 도착하였다. 뒤 뜰에서 내려다보이는 골퍼들의 나이스 샷의 희망을 품고 움직이는 모습에 여유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뜰 한쪽에서는 절인 배추에 속을 넣고 비비는 부인들의 솜씨가 일품이다. 부엌에서는 수육 삶는 냄새가 김장의 분위기를 북돋우며 여러 회원의 합심으로 오랜만에 김장 문화의 체험을 느낀다. 김장김치로 싸 먹는 돼지고기 보쌈과 된장에 어우러진 배춧국의 맛이 옛날의 맛과 손색이 없다. 늘 우리 공동체에서는 아낌없이 헌신하는 회원을 보게 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좋은 이웃과 겸손한 공동체는 각자의 양보와 솔선수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기분 좋은 하루였다.
오늘 특별한 김장 이벤트를 준비해 주신 회장님과 장소를 제공하여 주신 분 그리고 합심하여 도와주신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방무심/프리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