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령화 시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자

2019-01-24 (목) 이용석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한국학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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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제너레이션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문득 몇 년을 한 세대로 정의하는지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인구학자들은 25.5년을 한 세대로 정의하고 있다. 여자 나이 평균 25.5세에 출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략 25년 후인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는 무엇일까?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데, 25년 후를 예측해보라는 것은 너무 거창한 질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닌데, 25년 후에 제3차 세계대전이 있을지, 경제 대공황이 있을지, 남북통일이 이루어질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이 있을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구이다. 오늘의 인구 분포, 출산율, 그리고 기대 수명을 기준으로 25년 후의 인구 분포는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인구의 14.3%가 65세 이상이었다. 반면, 2017년 평균 출산율은 1.05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2016년 태어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준이다.

이러한 통계치를 기반으로 인구학자들은 2050년에는 한국인의 약 36%가 65세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8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3.8%에 불과했으니 가히 놀라운 성장세(?)이다. 한 세대 후에는 전체 인구의 약 1/3이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는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OECD국가들이 직면하게 될 현실이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부각될 사안들 중에서 노년 부양, 국민연금, 사회보장, 그리고 의료보험 등은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고, 신문 및 방송 매체에서 종종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큰 문제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래에 부각될 쟁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투표권을 생각해보자. 투표권은 민주주의 국가 시민이 성인이 되면 행사할 수 있는 기본권리 중 하나이다.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우리는 정책 결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인구 분포가 고령화 되면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노년층의 영향력이 자연히 커지게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거나 학생을 키우고 있지 않는 노년층이 경제정책 또는 교육정책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정책에 대한 투표를 할 때 노년층이 청장년층을 고려하고, 청장년층이 노년층을 고려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장년층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노년층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면 경제정책이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게 될 수 있다. 연령을 기준으로 한 정당과 이해집단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투표 권한 연령을 변경하자는 주장마저 나올 수도 있다. 18세에 투표권이 생기는 것처럼 특정 고령의 나이에 투표권이 소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미래에는 돌풍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25년 후에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투표권 이외에도 고령화가 되면 부각될 사회적 쟁점들은 많다. 고령화와 함께 은퇴연령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65세에 은퇴해도 한 세대 가까이 더 살 테니 은퇴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인 듯하다. 하지만, 은퇴연령을 높이면 신규채용이 줄어들게 되고 청년실업이 악화될 여지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자의 운전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괄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운전을 제한하면 건강한 노인들에게는 불공평하다. 그렇다고, 70세 이상의 모든 운전자에게 매년 운전면허 갱신 시험을 보게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이렇듯 고령화 사회가 되면 재고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은 아닐 것이다.

20세기 말의 인간은 3세대를 살아왔다. 21세기 후반의 인간은 4세대 가까이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의 1/3에서 반 사이가 노년층인 초고령화 사회는 결코 허무맹랑한 공상과학 소설의 배경이 아니라, 현재의 인구분포와 인구동향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미래의 현실이다. 고령화 사회에 우리 사회가 어떠한 모습일지 그리고 어떠한 문제점이 부각될지 상상하고 미리 대안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용석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한국학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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