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룡의 인생참회록

2019-01-23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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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의 수퍼스타 성룡(잭키 챈)의 자서전이 요즘 화제다. 그의 자서전은 홍콩 영화계와 할리웃의 이면뿐만 아니라 자신의 범법행위까지도 다 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5세인 성룡은 영화배우, 각본가, 감독, 제작자, 무술가, 가수이다. 그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스턴트를 자신이 직접 도맡아왔는데 이 때문에 여러 기록들과 사건들이 있었다.

그는 ‘타인의 공격에 의해 가장 멀리 날아간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으며 스턴트맨으로서 활동하는 동안 죽을 고비 역시 여러 차례 넘겼다. 심지어 ‘용형호제’ 촬영 당시 스턴트 실수로 두개골이 함몰된 적도 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부상이 너무 많아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불릴 지경으로 몸이 망가졌다.

포브스에 의하면 성룡은 할리웃에서 두 번째로 출연료를 많이 받는 배우이며 3억5,000만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고 그가 주연한 200여 편 영화의 총수입은 50억 달러를 넘는다.


그는 과거 한국에 건너와 한중합작 영화에서 엑스트라역을 맡았는데 끼니를 굶을 때도 있었다. 하루는 너무 배가 고파 식당을 기웃거리던 중 지나가던 한국인 부부가 얼마나 배가 고프냐면서 육개장을 사준 적이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을 큰 은혜로 간직해 지금도 ‘코리안’에 대한 칭찬을 이끼지 않는다.

성룡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자주 언급한다. 그는 최근 한국영화 제작자들과 함께 영화 ‘안중근’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영화는 당시의 일본이 얼마나 잔인했는가와 한국인과 중국인의 의리를 그리고 있다.

젊었을 때 힘든 시절을 이어가게 된 성룡은 배우로서 가망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해 한때 모든 것을 접고 부모님이 계신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 공사장 인부로 취직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브루스 리(이소룡)가 갑자기 사망하자 홍콩영화계는 그의 대역을 찾게 되어 무술을 전공한 성룡이 빛을 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제2의 브루스 리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코믹한 액션영화를 고집해 히트를 쳤다.

브루스 리와 성룡(잭키 챈)은 같은 쿵푸 배우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브루스 리는 아버지가 유명한 창극배우이고 미국에서 태어나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까지 다녔지만 홍콩 출신인 성룡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대본을 재대로 읽지 못할 정도로 학력이 약했다. 브루스 리는 철학에도 일가견을 지니고 있었고 당대의 무술가 엽문의 제자로 ‘절권도’의 창시자다.

성룡은 진지한 무술가라기보다는 오히려 곡예에 가까운 쿵푸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배우다. 그는 ‘Never Grow Up’이라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커버하려고 친구들을 위해 하루저녁 200만 달러짜리 디너파티를 베풀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출연진을 모두 데리고 나가 2만 달러짜리 고급시계를 사주는 등 500만 달러어치 쇼핑을 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 성매매와 음주운전, 도박을 일삼았다는 충격적인 일도 털어놓고 있다. 그의 아들 방조명은 최근 마약에 관련되어 사형을 받느니 마느니 하는 위기에 놓여있다. 게다가 사생아 딸 우줘린은 커밍아웃을 선언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자서전에서 남긴 교훈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인간은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 점이다. 돈을 펑펑 써보니 행복하기는커녕 인생이 더 허무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자선사업에 전력을 쏟아 전 세계 영화배우 중 도네이션을 가장 많이 하는 배우로 꼽히고 있다. 그는 돈을 ‘독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돈은 남을 위해 쓸 때만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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