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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1.5세에게 힘찬 격려와 박수를

2019-01-17 (목) 07:18:38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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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에서 한인 이민은 1903년 1월 13일 하와이에 이민선이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15년의 미국이민의 역사에 이민 1세들은 너무나 생소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헤쳐가며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땀 흘려 밤낮없이 일하여왔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부모 손을 잡고 어린 나이에 이민 온 1.5세 자녀들은 문화 충격과 언어, 정체성의 혼란으로 인한 그들이 넘어야 할 벽들이 높았던 것도 마음 아픈 일이다. 집 열쇠를 목에 걸고 학교에 가고 방과 후에는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숙제와 밥도 홀로 챙겨야 하며 주말에는 부모님 가게를 도와드리는 생활도 감수하는 오랫동안의 일상생활이었다.


나의 지인 중에 갓 결혼한 외아들이 있는데 중학교 때 이민을 온 1.5세이다. 어느 이민을 온 가정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반듯하게 성장하여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지인은 손녀까지 얻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최근에 이 지인이 심장에 위급한 문제가 있어서 수술하게 되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아들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내와 예쁜 딸을 남겨두고 부모 집으로 들어왔다. 24시간의 병간호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언어 문제로 인하여 여차하면 병원으로 아버지와 동행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여를 극진히 보살펴 드리며 부모의 든든한 후견인이 되었던 아들은 최근에야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일로 인해 형제가 없는 외아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고 마음이 슬프다.

우리 자녀들이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환경과 언어에 적응하기 위한 힘든 이민 생활을 보내면서도 때로는 부모의 언어소통 역할이 되어 주었다. 이제는 장성하여 가정에 중추적인 구실을 해내는 기특한 자녀로 성장해 주었다. 이민자 부모들의 안위를 보살펴야 하는 1.5세는 물론 2세에게도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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